농공단지 운영실태와 문제점
인력고용, 농외소득 증대 등 지역경제 활성화 기대 못미쳐
1994-02-26 보은신문
농공단지 조성의 당초 목적은 인구의 지방분산 정책 일환으로 도시의 과밀화를 방지하고 농촌에 대한 주민의 정주의식을 높이는 효과와 도·농간 소득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농촌의 농외소득 증대 농촌지역의 도로, 상·하수도 등 사회간접자본 개발을 통한 지역 균형개발, 지방공업의 개발로 주민 소득원을 확충해 농업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이를 위해 전통적 농업생산 중심의 농촌사회를 농업기계화를 중심으로 하는 농업 생산구조로 개편하며 농촌 서비스 산업의 개발을 기대할 수 있고 농촌지역 재정구조를 개선하는 등 지역적 차원의 효과를 기대했던 것이라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 같은 농공단지 조성에 따른 각종 기재효과에도 불구하고 당초의 목적에 부응할 만큼의 가시적인 효과에는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그러면 농공단지 입주업체는 어떤 지원을 받고 있나. 우선 부지조성비로 평당 국비보조 3만원, 국비융자 2만원, 지방비 보조 5천 원 등 4만5천 원을 받으며 국비융자는 연10% 이자로 5년 거치 5년 균등상환을 하게 된다.
또 대체농지 조성비는 지방비에서 융자되었지만 앞으로 조성 될 농공단지는 대체농지조성비를 업체에서 선 부담해야 한다. 시설자금은 3억 원 이내를 연리 7.5% 5년 거치 5년 균분 상환하며 운전자금은 2억 원 이내 1년 거치 2년 균분 상환, 5억 원까지 금융지원을 받는다. 또 중소기업의 1백%를 금융대출 받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각종 세금혜택을 받게 되고 기술 및 경영지도, 경영자 및 종업원의 국내외 연수지원을 받으며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되면 추가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로 볼 때 보은농공단지 사업비는 15억 원, 외속 농공단지는 60억4천7백 만원이 투입된 어마어마한 사업규모인 셈이다.
이러한 거액 투자규모에 따른 기대와는 달리 실제 농공단지 현황은 어떠한가? 보은군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보은농공단지(금굴)는 부지 2만평에 지난 89년 10월부터 본격입주가 시작돼 4년이 지난 지금 8개업 체가 가동하고 있으나 진미식품(대표 박선희) 외에는 소규모 영세기업인데다 대부분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볼트 나사를 생산하고 있는 신영 기업은 가동은 하고 있지만 정상운영이 아닌 사실상 개점휴업인 상태이고 이 회사는 판로개척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업용 기계설비를 하던 신본산업은 가동을 중단하고 다미원유통(대표 이정갑)으로 상호를 바꿔 식료품 임가 공업(포장) 생산품을 생산한 계획으로 기계설비 중에 있다.
또한 비닐 지퍼팩을 생산하고 있는 대왕 인터내셔날은 서울영업소에서 판매를 하고는 있지만 판로가 부족해 겨우 운영이 되고 있고 정원의 경우 PVC 파이프를 생산하고 있지만 시기적 현상으로 침체되고 있다. 합성수지 필름 생산업체인 신화상사나 아몬드코팅을 하고 잇는 대왕식품은 하청업체로서 판로에는 문제가 없지만 소규모로 판매액은 많지 않은 실정.
위와 같이 보은 농공단지 입주업체에서 생산한 생산품이 대부분 임가 공품 이어서 원료. 인력 등 필요량이 크지 않다. 즉 이곳 농공단지에서는 대부분 완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중간과정 한 단계만 거쳐 서울이나 외지 등으로 보내므로 단순하고 값싼 노동력이 돼 '고용증대'라는 농공단지의 목표는 비현실적이란 지적의 소리가 높다. 농공단지 중 일부업체들은 본사를 서울에 두고 있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유일한 농산물 가공업체인 김치생산 수출업체 진미식품마저도 배추, 고추 등 원료를 군내에서 구입하기 위해 계약재배도 했었지만 가격변동에 따라 원료를 계획적으로 못 대주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결국 대규모 농산물 시장인 외지에서 구입해 올 수밖에 없어 실질적인 군내 농산물 판매 기여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은농공단지 노창현 소장은 농공단지 입주업체들이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 대해 "근본적으로 입주업체들이 소규모 자본을 갖고 가동한 영세업체인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 91년부터 부지조성을 시작해 지난해부터 입주가 시작된 외속 농공단지는 24개업 체가 입주할 예정이다. 보은 사업이 입주신청을 포기함에 따라 이를 대양인슈에서 인수, 자체 공장부지를 확장할 예정으로, 현재 13개 업체가 가동 중에 있고 2개업 체는 건축 중에 있다.
외속 농공단지 입주업체의 경우 현재까지는 비교적 원활한 가동을 보이고 있는데 조립식 판넬을 생산하고 있는 대양인슈가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고 동일 생산업체인 흥진 포샵도 원활한 가동을 하고 있다. 또, 기존에 보은에 있던 공장인 일원식품, 보은통산 등이 농공단지로 입주해 비교적 순조로운 가동을 하고 있고 그 외 펌프 PE제품 생산업체들은 가동초기 이니 만큼 아직까지는 판매액이 미진한 수준이다.
한편 삼승농공단지는 12만평 규모로 조성할 계획으로 지난해부터 입주업체를 신청하고 있으나 신청해온 4개업체 중 1개업 체는 사업성 검토 시 불가판정을 받았고 1개 업체는 영세업체로 입주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1년여 홍보기간동안 불과 2개 업체만이 입주가 확정된 실정이어서 계획추진에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처럼 상당기간 동안 관련기관에서 출향 기업가와 중소기업체에 홍보해오긴 했지만 입주희망이 부진한 것은 서면자료를 통한 홍보보다는 중소기업자 회의에 참석해 브리핑을 하고 홍보공세를 하는 등 탄탄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삼승농공단지의 경우 입주업체에게 부지조성비 중 지방비에서 융자해주던 것이 없어지고 업체에서 선 부담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데다 특히 조성 예정지인 삼승면 우진리 일대가 평당 땅값이 비싸고 도로 여건 등 입지여건이 좋지 않아 업체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 관계인 들의 지적이기도 한다.
어쨌든 농공단지의 조성으로 상당한 지역민 고용을 기대했지만 대부분 전문 기술직은 외지에서 오고 지역민 들은 단순노동이나 업무보조 등의 일에 종사하고 있다. 농동 단지 입주업체 고용원 3백53명중 2백31명이 관내 지역민 이고 외지인이 1백22명으로. 평균 65%정도의 지역민 고용효과를 보고 있다.
급여수준은 남자가 초임 40∼45만원, 여자가 30∼35만원 1년이 지나 상여금까지 포함해 평균 50만원을 받는다면 연간 13억8천6백 만원의 인건비가 군 소득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소득정도로 당초 목적대로 농촌공업화가 농가소득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했느냐 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농촌 노동력이 대부분 노령화·여성화되어 때문에 공업노동력을 쉽게 선택 할 수 없어 업체에서는 필요한 고급기술이나 양질의 노동력을 서울의 본사 등 외지에서 충당하고 현지에서는 단순노동력만 충당하고 있다. 더욱이 단순노동력 조차도 업체는 젊은 인력을 찾지만 고령의 주민들이 주로 취업을 희망하며 바쁘지 않은 농한기에 일하려는 계절성 노동력이 많아 취업·교용에 애로가 있다.
더욱이 관내에 거주하는 젊은이는 사무직을 원하고 업체에서는 생산직을 원하는 현상이 커 취업알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문에 군과 읍 면의 취업정보 센터나 취업상담 창구를 통해 2년 동안 구인 3백92명, 구직 2백15명 중 1백3명만 알선하는 등 저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농업전통 군에 생긴 농공단지는 농외소득증대라는 주민의 커다란 기대 속에 유치되었지만 저렴한 농촌노동력 흡수를 위해 공업을 농촌에 조입 하려는 공업육성책의 성격과 각종 혜택만 노린 부실업체나, 완제품 생산업체가 많아 단순하고 값싼 노동력으로 인력고용이나 농외소득 증대에 실패를 가져왔다는 평가도 서슴없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