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세 할머니의 애달픈 호소
"어린 피붙이를 두고 축을 수도 없어요" 두 손자와 불구의 아들 책임지기 버거워
1994-02-05 보은신문
방을 덥혀야 할 연탄 값으로 어린 손자에게 분유를 사 먹여야 하기 때문에 할머니 눈만 오지 않으면 지게를 지고 주변 산을 다니며 땔감을 구한다. 4살짜리 부연이는 할머니와 같이 산에까지 다녀와 추위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아버지와 같이 있던 2살짜리 세연이는 할머니를 반기며 함박 웃음을 짓고 어깨에 달라붙는다.
이들의 처지는 할아버지가 생존해 있던 91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어렵진 않았다. 팔려고 내놓은 밭이라도 빌려 부쳐서 곡식을 만들었고 남의 집 품을 팔아서도 살림을 꾸려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간질환을 앓던 며느리가 있을 때에도 살림은 모두 할머니 차지였으나 그래도 며느리가 손자들을 돌볼 수 있었고 끼니때는 밥상도 차릴 수 있었으나 93년 12월 며느리가 세상을 뜬 다음에는 불구인 아들 혼자 손자들을 보기가 어려워 이제는 남의 집 일 해주는 것도 어렵게 된 것이다.
"가끔 TV를 보다가 맘에 드는 것을 보고 사달라고 조르거나, 제 어미를 찾을 때는 내 가슴이 무너져요"라며 삶이 왜 이렇게 가구한지 모르겠다는 할머니는 한 많은 세상을 살아온 응어리를 눈물로 쏟아낸다. 불쌍한 손자들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라도 내 몸이 건강해야 하는데 나이는 자꾸 먹고 몸이 자꾸 쇠해 큰 일이라면서 "저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눈물어린 호소가 차갑기만 한 겨울공기를 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