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신문 연중 캠페인-새보은정신을 갖자⑨

이웃을 사랑하는 정신적 여유를…

1993-12-18     보은신문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말이 있다. 경제적인 부를 누리지 못하던, 가난하던 시대에도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은 늘 풍족했었다. 그러나 물질적 풍요를 누리게 되면서 정신적 미성숙과 남을 생각해 주는 양심이 왜곡되어 나타나게 되었고, 내 이웃을 딛고서라도 나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의식이 확산돼, 더불어 사는 사회가 아닌 사랑이 메말라가는 각박한 사회로 변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도시에서는 이웃간의 왕래가 적어 혼자 사는 노인이 사망한 것이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아주 극단적인 예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나와 내 가족 이외에는 관심을 두지않는 현대사회의 병폐인 것이다. 이웃을 사랑하는 일은 곧 관심을 갖는 일이다. 매일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별일 없느냐고 인사를 나누는 것, 처음 보는 사람이 길을 물을 때 관심을 갖고 친절하게 답변해 주는 것, 도로횡단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린이와 노인들이 안전하게 도로를 건너도록 도와주는 것, 일손이 부족해 농작물 수확에 어려움을 느끼는 농부들을 도와주는 것 등 이 모두가 이웃을 사랑하고 나와 이웃이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인 것이다.

얼마전 과잉생산된 배추가격이 폭락해 농민들이 큰 어려움에 처했었다. 대량 소비처인 기업체나 군부대에서, 그리고 주부들이 발벗고 나서서 김장 더 담그기, 배추 더 먹기 등의 운동르 벌였고 행정기관과 농협에서도 배추 직거래를 추진하고 김장시장을 개설해 장터를 마련해주는 등 배추 소비촉진에 적극 나선 바 있다. 한 가정에서 배추 한 포기 더먹는다고 농민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마는, 팔지못해 썩혀버려야 하고 가축 먹이롤 전략할 배추를 십시일반으로 구입해줘 많은 배추재배 농민들이 도움을 받았던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김장김치 10포기로 충분히 겨울를 날 수 있는 가정에서 농민의 어려움은 아랑곳하지 않고 10포기만 구입했다고 가정해 보자. 또 다른 가정에서도 자기사정만을 고려하고 이같은 경우가 전국의 모든 가정에서 일어났다고 가정해보자. 비록 각 가정에서는 배추를 자기가 필요한 만큼만 구입함으로써 가계에 약간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나, 현재의 열악한 상황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될 농촌경제는 말할 것도 없이, 배추를 재배한 농심의 비참함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라는 사실은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나 혼자 잘사는 것보다 더 가치있는 것은 더불어 잘사는 것이요, 바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이기에 우리는 배추 더 사주기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나보다 못가진 사람들이 더 추위를 느끼고 소외감을 느낄 수 있는 이 겨울. 나만 따뜻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 빚어진 그동안의 이기적인 행동에서 벗어나, 지금부터라도 이웃을 돕는 대열에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만을 생각하기 보다는 저에 굶주린 소년소녀 가장들을 보살펴주는 사람들, 외롭게 혼자 사는 노인들을 부모처럼 보살펴주고 있는 사람들의 수고에 좀더 관심을 갖고 그들을 본받는다면 사회는 더욱 밝아지지 않을까. 소년소녀 가장, 혼자사는 노인들은 물론, 관심을 필요로 하는 나와 이웃하고 있는 모든이들을 사랑하는 새보은정신이 정신적 여유보다 물질적 풍요를 추구하는 지금의 세태에 절실히 필요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