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농민후계자 유춘자씨

관광농원 푸른꿈 일구는 억천농민

1993-12-18     보은신문
남편이 반납한 농민후계자 승계, 농사 도맡아
겨울비로 거둬들이지 못한 짚을 거둬들여 남편은 경운기로, 자신은 트럭으로 운반해다 소먹이로 저장해 놓고나니 마음까지 흡족하다는 농민후계자 유춘자씨(30. 산외 백석) 여름내 들에서 살다시피한 그녀는 요즘 유치원 다니는 아들과 엄마손을 많이 필요로 하는 두딸을 보살피면서 사슴 12마리와 소 14마리를 사육하고 책도 보면서 겨울을 맞고 있다. 남편과 시부모와 함께 지은 고추, 담배, 사과, 복숭아 등의 올해 농사가 잘돼 논 1천5백평, 밭 4천5백평, 과수원 2천평에서 1천5백만원 이상의 소득을 올려 비교적 농사를 잘 지은 축에 속해 뿌듯함을 느낀다는 유춘자씨.

유춘자씨는 지난해 농민후계자로 선정되었을 때만 해도 자신감보다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하는 불안이 더 컸는데 그때마다 남편의 격려와 시부모의 보살핌으로 큰 힘을 얻어왔다고. 삼승면 우진리에서 나고 자라 4-H활동을 하던 그녀가 당시 노민후계자였던 김영제씨(34)를 만나 결혼한 것은 지난 `85년이었다. 과일나무를 기르고 소와 사슴을 키우고 희귀동물을 사육하여 도시사람들이 자연학습을 할 수 있는 대단위 관광농원을 조성하겠다는 김영제씨의 미래설계에 감동해 농부의 아내로서의 삶을 선택한 것이다.

처음 시집와서 소 14마리를 사육하고 자갈밭을 일구면서도 꿈에 부풀어 힘든 줄도 모르고 일하였으며, 농작물에는 화학비료 대신 퇴비를 사용, 타 농가보다 월등한 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소득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과나무도 심었고 돼지 1백여마리, 젖소까지 기르면서 고추와 담배농사까지 짓는 등 억척스런 노력으로 살림이 점차 불어났고 이웃 주민들에게도 상업농으로의 전환을 설득해 유춘자씨가 남편과 함께 백석리 마을에 처음 도입한 사과나무가 이웃농가에까지 파급, 소득증대를 올리게 하기도 했다.

농민후계자인 남편 김영제씨와 유춘자씨 부부가 이렇듯 모범을 보이자 `89년 농촌지도소 추천으로 김영제씨는 농립수산부장관으로부터 청소년대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고 그는 또 그 이듬해 9급 공무원으로 특채되어 산외면사무소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러자 남편은 농민후계자를 반납해야 했고 `92년 남편이 반납한 농민후계자를 승계한 유춘자씨는 결혼 초에 약속한 꿈을 실현하고자 억척스런 농민후계자로 변신한 것.

힘이 많이드는 돼지와 젖소를 팔아 습사육을 시작했는데 사슴에 관한 전문지를 구독하며 가축사육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는 유춘자씨는 "남편이 도중에 하차해 아쉬움은 크지만 시간나는대로 남편이 어려운 일을 도와주고 있고, 또 남편 꿈은 곧 나의 꿈인 만큼 시간과 경제력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관광농원을 꼭 조성할 것"이라며 각오를 새로이 다진다.

자그마한 키, 허약해 보이는 체구로 들에 나가 험한 일을 할 것처럼 보이지 않지만, 장화 신고 가축 분뇨를 치우는 유춘자씨의 모습에서는 삶을 개척하고 꿈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보은 농민의 굳은 의지가 엿보인다. 남편과 함께 키워온 '관광농원'의 푸른 꿈이 농민후계자 유춘자씨의 성실한 삶속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금주에 만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