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된 피서문화 정착 아쉬워
쓰레기 방치, 공공연한 도축, 도박판 등 불건전한 피서행태로 주민 사기 떨어져
1993-07-24 보은신문
특히 이들 지역에서는 야영도 가능해 며칠씩 텐트를 쳐놓고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쓰레기를 마구 버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상식에서 벗어난 행위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있어 성숙된 피서문화의 정립이 아쉬운 실정이다. 현재 군내의 피서지라고 할 수 있는 곳은 천혜에 절경을 자랑하는 속리산과 삼가리, 구병리, 만수리, 대목리 등 속리산 줄기의 계곡과 삼가저수지, 서원계곡, 그리고 탄부교 아래와 마로면 기대리 앞 냇가부터 오천리, 원정리까지의 기대천, 수한면의 보청저수지와 교암리 솔받, 회남면 일대, 내북면 봉황리, 산외면 길탕·산대·원평·백석리 등은 물이 맑고 경관이 뛰어나 피서객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들 물놀이 하천 및 계곡은 아침부터 져녁까지 농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더욱이 마을과도 인접해 있어 피서객이 대수롭지 않게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사실은 농민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도 있는 문제이다. 현지 거주 주민들은 "우리 지역을 찾고 있으니 좋은 현상이긴 하지만 눈에 거슬리는 옷차림이며 특히 젊은이들이 노인들 앞에서도 버릇없는 행동을 일삼아 울화가 치밀때도 한 두 번이 아니다"라며 "건전하게 피서를 즐겼다가 가면 좋겠다"고 바램을 말한다. 농촌지역의 피서문화가 얼마나 엉망인가 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주민들의 지적으로 알 수 있다.
남자들의 경우 속옷만 입고 물놀이하는가 하면 그런 차림으로 아예 마을을 활보하는 등 미풍양속을 흐려 같은 남자들까지도 눈살을 찌푸리도록 만들고 있다. 또한 조용히 쉬기 위해 찾은 대부분의 피서객들과는 달리 일부는 밤늦도록 술을마시며 고성방가와 춤을 일삼아 하루의 피로를 풀어야 하는 농민들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환경오염 문제이다. 피서 갈 때의 배낭무게는 대단하나 돌아올 때의 배낭무게가 형편없이 가볍다는 것은 바로 자기가 가지고 간 것을 되가져 오지 않고 그 자리에 버리고 오기 때문이다. 행락지에서의 쓰레기 되가져오기 운동은 이미 오래전부터 별어지고 있으나 되가져오기는커녕 땅속에 파묻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 마구 버리는 등의 행위가 만연되고 있고, 곳곳에 쓰레기 수집장과 소각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로 가지가 놀던 곳 주변에 아무렇게나 버려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변 농작물을 훼손도 심각하다. 농촌지역이기 때문에 피서지 곳곳에서는 각종 농산물이 재배되고 있다. 눈만 돌리면 고추며 파, 오이 등을 쉽게 발견하게 되는데, 일부 몰지각한 피서객들은 농민들의 피와 땀으로 자라는 농작물을 서리하거나 서리를 하다 농작물을 훼손시키는 등 농민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다. 게다가 농경지에서 용변을 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는 내북면 봉황리의 경우 특히 심한데, 용변 볼 장소가 마땅치 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풀섶이나 논둑에 용변을 봐 이를 모르고 주변에서 작업을 하기 위해 찾은 농민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일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하나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지역에서 개 도축을 하고 있는 점이다.
법적인 규제사항이 아닌 때문인지 공공연한 장소에서 도축행위가 자행되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는데, 삼복의 한가운데인 요즘에 이르러 그 같은 사례가 부쩍 두드러지고 있는 것. 또한 피서를 온 장소에서 둘러앉아 도박행위(일명 고스톱)를 하는 모습도 많이 볼 수 있다. 한국 사람은 셋만 모여도 고스톱을 친다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안고서도, 이 행위는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고 피서지까지 와서도 화투판을 벌이는 것이다. 이젠 그 불건전한 오락이 중·고등학생에게까지 파급돼, 문제가 도고 있기도 하다. 이같이 지적된 잘못된 피서 문화는 해마다 거듭되고 있는 것으로, 이젠 잘못된 피서문화가 그대로 정차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이다.
이러한 세련되지 못한 피서 행태는 남을 의식하지 않는, 내가 즐기는데 무슨 상관인가 하는 식의 자기위주의 사고에서 비롯된 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열심히 일하기보다는 놀기를 더 좋아하는 시대야상이 이와같은 불건전한 피서문화를 양산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가를 건전하게 보내자는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건전한 피서문화의 정착도 시급한 것이다. 나만 즐기는 곳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곳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과, 또 내가 피서를 즐길 때 농민들은 땀흘리며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배려한다면 갖가지 불건전한 오락행위는 사라질 것이다. 이번 여름 - 또 한차례 겪어야 할 홍역같은 피서문화 보다는 여가를 건전하게 보내고 자연경관을 즐기며 책도 읽고 자연도 관찰해 텅빈 머리를 양식으로 꽉 채울 수 있는 성숙된 피서문화가 지금부터라도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