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교육의 현황과 문제점
학교교육의 파행, 학원 난립, 교육비부담 증가 등 역기능
1993-07-10 보은신문
특히 맞벌이 가족이거나 학부모가 농사를 짓고있는 경우 부모가 모두 일에 매달리다 보니 자녀교육에 눈돌릴 새가 없어 과외를 시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학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돌봐주는 입장이기보다는 공부하라고 강요만 할 뿐 모든 것을 학교와 학원 및 대학생 과외에 의지하게 되는 꼴이다. 대학교가 없는 우리 보은은 일반과외로 허용되고 있는 대학생의 과외지도보다는, 오히려 불법으로 못박고 있는 일반 사회인의 과외가 더 많다, 자식을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부모들의 묵시적 인정아래 과외가 불법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이 아닌 일반인의 과외지도가 가능한 것은 군내에 대학생이 없고 다만 방학기간이라는 한정된 시간동안 잠시 이뤄져 연계지도가 안되자 대학생 과외지도가 별 인기를 얻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보은에 상주하면서 대학을 졸업한 일반인들이 과외 교육을 담당, 직장을 가지고 있어도 근무외 시간을 이용해 그룹지도를 하고 있는 것.
이는 암행적을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숫자를 파악하기 어렵고, 고발 또한 없어 적발 조차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 교육청 관계자의 지적이다. 또한 학원에서도 학생들의 과외교육을 담당하고 있는데, 군내 학원 현황은 5월 현재 문리계열 2개, 기술계열 3개, 예능계열 9개, 사무계열 9개, 독서실 3개, 종합 1개로 총 26개로서 총 3천3백17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외에 과외교습소도 25개가 있어 여기에서도 2백여명 이상이 과외지도를 받고 있는데, 그러나 이는 다만 정원조정에 따른 수강생 숫자일 따름이고 실제는 이정원보다 훨씬 많은 학생들이 학원수강을 하고 있으며 학원에 등록한 수강생은 아닐지라도 많은 학생들이 학원수강을 원하고 있는 상태이다.
더욱이 각 계열별로 규정된 과목 외에는 가르치지 못하도록 되어있으나 학부모들은 규정된 과목을 원해서 학원에 보내면서도 그 외에 읽기, 쓰기, 덧셈, 뺄셈, 곱셈 등 학교 교과과정을 모두를 복습 또는 예습시켜 주길 원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교육 기관으로서의 과외학원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단지 배우고자 하는 자와 배움의 내용과 기회를 제공하는자, 즉 교육의 두 주체들이 학원이라는 허용된 공간을 이용해 학교 학습을 보충하는 기능으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이것은 학원의 상업적 심리와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과대욕구 심리가 맞물려 규정 이외의 교습행위가 일어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따라 군내 학원 중 규정된 과목 외의 과목을 불법으로 교습하다 교육청 단속망에 걸려 휴원조치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기까지 했다. 한편 지난 6월경 보은교육청에서 군내 2천60명의 학부모와 2백98명의 교사를 상대로 학원수강에 대한 설문을 조사한 바 있다. 이 자료에 의하면 학생들은 과외의 연중 허용에 47.2%가, 현행에 37.2%가 각각 찬성했으며 학부모는 연중허용 47.1%, 현행 42.8%로 반응을 보였고 그 이유를 부진교과 보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교사는연중허용 47.7%, 현행유지, 47.3%였고 현행고수 이유로는 현재 학교교육만으로 충분하다고 본 때문이고 허용측 이유로는 부진교과 보충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의 설문 내용으로 보면 일단 학생은 물론 학부모와 교사 모두 학교 외의 과외교육에 대해 방학기간 중이든 일년 내내이든 기간에 관계없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부진한 과목을 보충할 수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교육부는 내년부터 유치원생에서 초·중·고교에 이르기까지 국어, 영어, 수학 등 일반교과목의 학원과외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학원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7일 입법 예고한 바 있다.
이에따라 지금까지는 유치원, 국민학생, 중학생에게 예능, 기술 등 정규과목들만 교습이 허용됐으나 앞으로는 국어, 영어, 수학(산수) 등 일반과목의 과외교습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입법예고제의 취지는 학원운영을 규제 위주에서 자율하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학생들의 다양한 소질을 조기에 계발하고 저소득층의 학부모 또는 맞벌이 가정의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물론 학원의 순기능도 있기는 하나, 지금의 입시풍토 속에서 학교교육의 파행과 학원난립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역기능도 무시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교육비 외에 사교육비 추가로 학부모의 교육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데도 많은 학부모들은 "다른 아이들은 모두 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우리아이만 제외시킬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학비부담은 크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학생들도 "반에서 1등부터 10등 정도까지는 거의 과외를 하고 있다"며 "성적을 유지하거나 더 향상시키려고 과외를 하고 있고, 과외를 하는 애들이 공부도 잘하니까 과외교육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다니기 싫어도 다녀야 하는 부담도 무척 크다"고 말한다.
이와같이 현재 우리의 교육여건은 매우 과열되어 있고 과외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입시과열이 그 가장 큰 원인이지만, 이란 교과목의 학원과외전면 허용이 또 이를 부추기고 있지는 않은 지 돌이켜 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교육의 빈곤함이 학교 밖의 교육을 부추긴 것도 사실이다. 그런만큼 사회교육 시설이 담당하고 있는 교육영역을 학교교육이 포괄, 학교교육을 정상화시켜 문제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노력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과외교육을 받지 않아도 될 만큼 학교교육의 정상화가 필요한 것이다. 여기에 학부모의 그릇된 과열경쟁 심리도 학생들의 부담과 함께 과외교육의 횡행을 조장하는 만큼, 이에대한 의식개선과 그 실천도 중요한 관건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