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무엇이 문제인가

-농협 군지부 주최 농민조합원 대토론회-

1993-06-12     보은신문
농협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왜 농협은 각종 농민 편익사업을 벌이면서도 아직까지 돈놀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가. 더욱이 지난해 농협은 농산물 판매에 괄목할만한 실적을 보여 총 11만9백99톤에 1백12억1천1백만원의 판매실적을 올렸고, 올해도 5월말 현재 1천3백24톤에 16억3천5백56만1천원의 실적을 보여 농산물 유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농협이 질적인 성장을 꾀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재반사항을 개선, 농협이 거듭나기 위해 지난 4일 보은읍사무소 회의실에서는 농협중앙회 보은군지부 주초로 과연 농협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라는 주제로 농민조합원 대토론회를 가졌다. 장지춘 농협중앙회 회원지원 부장과 강인구 농협 서울시지외 영등포 공판장 부장장, 박길우 농협도지회 총무과장 등의 보은출신 인사와 김원식 농협 군지부장, 그리고 군내10개 농협 조합장과 조합원 총 35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의 문제점 및 개선방향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진 것.

특히 장지춘 회원지원부장은 금융기관의 문호개방, 정부의 정책방향, 농정방향을 설명하고 농업이 직면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농민은 물론 농협이 다같이 노력해야 된다고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참석한 농민과 단위농협 조합장들은 현실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토로하고 개선점을 발표하기도 했다. 첫째, 농협합병, 둘째 농협의 영농지도사업, 셋째 농기계 수리센터 직영, 넷째 농협 운영의 내실화 및 직원교육 강화, 다섯째 농약공급, 여섯째 소득작목 개발 보급 및 자금지원, 일곱째 농협의 농산물 관련시설 확보, 여덟째 영농자금이자인하 및 세제혜택 한도액 증액방안 등이다. 각 주제별로 토론내용 및 개선 방향을 제시한 것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합병(내북농협) : 각 농협이 성장을 거듭해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정된 직원으로 농산물 판매, 지도사업, 조합원 관리 등 전문화가 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회원농협의 대단위 합병으로 정예화된 전문인력이 각 지역에 맞는 영농지도 및 판매사업에 투입돼 농협은 물론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인 소득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영농지도 사업 부진(속리산·내북농협) : 내속리면 삼가5개리 지역에 고랭지 채소와 치커리가 입식 되고 치커리 가공공장까지 설치해 농민소득증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사실상 작목기술 지도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농협 직원 채용시 작목별 전문인을 채용해 영농지도가 이뤄져야 한다. 내북농협의 경우는 영농지도사가 있어도 주어진 업무가 많아 주어진 업무가 많아 주업무인 영농지도는 등한시하게 되므로 영농지도사에게는 다른 업무를 맡기지 말고 농작물지도에만 주력할 수 있도록 근무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농기계 수리센터 운영(마로·삼승농협) : 올해부터 마로 농협에서 농협 직영으로 농기계 수리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실상 수리비가 싸서 좋기는 하나 수리기사를 직원으로 채용, 운영하다 보니까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출퇴근시간이 정해져 있어 밤낮 없이 일하는 농민들이 농기계가 고장났을 때 수리에 애로를 느끼고 있다.

운영 내실화 및 임직원 교육강화(속리산·회인농협) : 현재 군내의 10개 농협은 농협마다 경영에 큰 차이를 보여 운영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인건비가 경영비 지출의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정년퇴직한 사람이 있다고 무조건 그 자리를 채우는 식의 직원채용 를 지향해 직원을 조정하고, 10개농협의 경영분석을 통해 중앙회에서 양체농협을 지원해야한다. 또한 현재의 단위농협 직제는 부장양산 체제인데 부장을 줄이고 능력 있는 인력을 배치해야한다. 그리고 중앙회에서는 지원을 채용해주기만 하고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데 정기적으로 직원교육을 시켜 진정한 농협인이 되도록 해야한다.

농약고급의 불합리(보은·산외농협) : 현재 농협에서는 농약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있어 매년 마을마다 농가에서 사용할 만큼의 농약신청을 받아 공급하고있는데, 그때그때 필요한 약을 공급하지 못하는 불합리점이 있다. 더욱이 수도작 농약만 보유하고 있는 것을 밭작물 농약 등으로 다양하게 구비, 농민들이 피라요할 때 언제라도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소득작목 개발 보급 및 자금지원(보은·회인농협) : 소규모 영세농가가 대부분이고 고령층 농민이 많아 영농 기술정보와 접하는 기회가 매우 부족, 작목 선택시 과거에 의존하는 예가 많은데, 농협 등의 기관에서 지역별 재배작물을 선정해 주는 등 작목을 권장해 영농에 많은 도움을 주어야 한다. 또한 회인지역은 소득작목이 부실해 현재 사과작목반 밖에 없는데 농협에서 중장기 저리자금 지원으로 다양한 원예작목반을 조성 보급해 농가소득 중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줬으면 한다.

농산물 관리시설 확보(외속농협) : 농산물 풍작으로 홍수출하시 가격이 하락돼 농민들이 큰 타격을 입는데 농산물을 보관했다가 가격이 안정되었을 때 출하 할 수 있도록 저온저장고를 설립 해야 한다.

신용보증료 인하 및 여신규방안(탄부·수한농협) : 현재 성장작목 시범단지를 조성중인 탄부면은 참여농가의 자부담이 커 여신규정 완화와 신용보증료 인하로 농민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요구된다. 또한 세제 혜택을 받고 있는 예금의 상한선이 현재 2천만 원밖에 안 돼 농협에 예금을 더 하고 싶어도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어 다른 금융기관에 예치시키는 문제가 생긴다. 위의 내용은 농민조합원 뿐만 아니라 농협 조합장이 일선에서 느낀 구조적인 개선점과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되는 문제점이다.

그리고 농협 군지부에서는 이날 제시된 문제점 및 대책안을 취합해 중앙회에 보고하고 다시 중앙회에서 토론을 벌인 다음 최종 결정된 사항을 정부에 건의하게 된다. 토론회를 마친 참석자 중 일부는 농협 합병에 대해서는 군내 조합원과 조합장들간의 의견이 분분해 사실상 농협의 합병추진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 예견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현재의 농협 경영실상을 분석해 중앙회에서 약체농협을 지원, 경쟁력을 키워줘야 한다는 건의까지 나오는 마당에 농협의 대규모 합병은 농협의 장기 발전 계획 수립시 가장 우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에서 가장 큰 문제점인 농협합병에 대해 많은 의견이 교환되지 않아 아쉬웠다는 조합원들의 의견이 높아, 농협 바로 서기를 위해서는 농협합병이 하루속히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