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읍 죽전리 이미경 양

"자립의지 키워온 어제와 오늘"

1993-05-22     보은신문
6살에 아버지를, 14살에 어머니마저 잃고 두 동생과 함께 생활해온 이미경양(20. 보은 죽전1구)이 어느덧 스무살 성년을 맞았다. "일찍부터 사회생활을 해 별다른 의미는 없지만 책임져야 할 일들이 더욱 많아져 걱정이 앞서네요"라는 미경양은 그동안의 힘들고 어려웠던 생활을 뒤로 한채 밝게 웃으며 성인이 된 느낌을 말한다.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두 동생과 행복한 생활을 하던 중 아버지를 사고로 잃고, 연이어 연로하신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어머니마저 병에 걸려 병원을 다니며 약으로 이어가다 미경양이 14살 되던 해에 세상을 떠나면서 삼남매는 고어가 되었다. 옥천이 고향인 미경양 삼남매가 보은으로 오게된 것은 어머니의 병간호를 위해 자주 찾아오던 이모 조이분씨(56)에 의해서였다.

어린 삼남매를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한 이모가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것이다. 보은여중 3학년에 전학온 미경양은 이모의 보살핌 아래 박대종 문화원장을 비롯한 몇 명의 후원자들로부터 도움을 받고 소녀가장으로 지정돼 약간의 생활비와 쌀을 지원받으며 생활해왔다. 학교를 졸업할 즈음 미경양은 집안형편과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 학교도 다니고 돈도 벌 수 있는 곳을 생각하게 되었다. 부산에서 생활하는 고향 언니와 연락이 닿은 미경양은 부산으로 내려갈 결심을 하고 동생들을 남겨두고 부산에서 타향 생활을 시작했다. 삼호물산에 취직해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문현여상 야간반을 다니며 꿋꿋하게 생활하였다.

처음에는 동생들도 보고싶고 아버지, 어머니 생각도 많아 났지만, 고향 언니가 많이 위로해 주었고 또 기숙사에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이 많아 서로를 위로하고 많은 대화를 나누며 스스로를 달래기도 했다고. 미경양이 다시 보은에 온 것은 지난해 여름이다. 추천을 받아 보은교통에 입사한 미경양은 이모집에서 생활하면서 적은 봉급이나마 쪼개어 저금도 하고 동생들 용돈도 챙겨주면서 두 동생의 가장역할을 하고 있다. 여동생인 동숙이는 보은여고3학년으로 대학에 가고 싶다며 진학반에 들어 공부에 열심이고 남동생 동근이는 보은농공고 1학년인데 운동을 잘하고 유도는 수준급이지만 아직도 가끔씩 어머니가 보고싶다고 한다.

이모에게 미안한 마음에 삼남매가 독립해 살고 싶다는 미경양은 "사회생활로 생각도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이젠 자신도 생기고 스스로 일어서겠다는 의지도 키우며 동생들과 우리집에서 생활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잔소리도 하고 꾸짖기도 하는 부모님 못지않은 이모가 곁에 있어도 친구집에 가서나 길거리에서 다정한 가족의 모습을 볼 때는 어미니, 아버지가 무척 그리워진다는 미경양은 명절이나 휴일에 가끔 동생들을 데리고 부모님의 산소를 찾는다. 성인이 되면서 내년부터는 정부지원도 끊기지만 미경양은 오늘도 꿋꿋한 자립의지로 두 동생을 추스르며 힘찬 하루를 맞는다.



<금주에 만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