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된 옥토·옥탑이 늘어난다
군내 유휴농지 형황과 대책 점검
1993-05-15 보은신문
농업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농업발전 장기계획으로 투자가 이뤄지고는 있으나 노안물의 경쟁력 약화는 가속되고 있고 농촌의 젊은 인구는 계속 농토를 등지고 있으며, 그나마 농사 의지를 가진 농민들은 농기계 하나에 수백만원, 수천만원 하는 농업현실과 부딪쳐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모내기도 해야하고 고추도 심어야 하는 주름진 할아버지의 힘겨워하는 모습이 바로 '93년 오늘의 농촌실정인 것을 어쩌랴.
산간벽지나 경지정리가 안되어 기계 영농이 불가능한 지역의 농경지는 농사를 지어 봤자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에 아예 묵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난해 군에서 조사한 유휴농지는 논 2.9㏊, 밭 2.4㏊, 총 5.3㏊로 5만3천 평방미터의 옥답·옥토가 묵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휴농지 발생이유로는 이농으로 인한 부재지주 2.1㏊, 노동력 부족 1.0㏊, 기계화 불능 농지 0.2㏊, 작물재배 불능 0.4㏊, 기타 1.6㏊로 나타났다. 읍면별로 보면 보은읍 0.5㏊, 외속리면 1.5㏊, 마로면 0.4㏊, 탄부면 0.5㏊, 삼승면 0.2㏊, 회북면 0.4㏊, 내북면 1.8㏊로 특히 외속리면과 내북면에 유휴농지가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월부터 영농 가능여부와 유휴농경지 발생 예상 등에 대해 각 읍면별로 조사한데 따르면 인력난 가중, UR 파도 및 영농자재, 인건비 등 영농비의 상승으로 휴경농지는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사실상 지난해에 집계된 유휴농지는 당초 발생면적인 논 21.7㏊, 밭 13.2㏊, 총 34.9㏊였으나 농사를 독려, 유휴농지 발생을 최소화시킴으로써 유휴농지의 면적을 5.3㏊로 줄였던 것. 공무원, 학생, 군인 등 비 영농인력을 동원, 이들의 노력지원을 통해 휴경지 발생지역에 벼, 채소 등을 식재한 것이 8.5㏊나 되었고 위탁영농 회사와 노인회, 마을 등 해당 읍면에서 위탁 알선한 경지면적이 20.4㏊, 기타 1.5㏊ 등으로 유휴농지 발생을 최대한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리경작한 사례를 보면 보은읍 삼산리 노인회에서 장신리 소재의 유휴농지 7백여평을 경작해 노인회 기금을 마련했는가 하면 보은읍사무소 산업계에 근무하는 최현천씨는 자신의 담당마을인 이평리 휴경지가 발생하자 부인과 함께 자신이 직접 1천5백평에서 벼농사를 짓기도 했다.
또 보은읍 교사리 보은농공고 앞의 장께미 들에도 역시 1천5백평 정도의 휴경지가 발생하자 읍사무소에서 보은 위탁영농 회사에 위탁 경작시켰고 내북면 대안리 곰티고개 도로변에 2천5백평정도의 유휴농지가 생기자 내북면에서 내북면 두평리 이장과 새마을지도자에게 대리 경작토록 하는 등 휴경지 활용을 한 것. 유휴농지를 위탁 경작한 이들에 따르면 모를 심고 농약을 뿌리고 수확할 때까지 부족한 일손을 쪼개어 경작했으나 각종 농약대, 인건비 등 영농비를 빼고 나니 수지가 안 맞아 헛고생만 했다는 것이 이들의 솔직한 평이다.
유휴농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노동력의 부족이다. '80년대부터 대규모 이농현상이 나타나면서 농촌의 생산기능 인구는 점차 감소해 현재 농촌인구는 50대 이상의 노령층이 대부분이고 또 점차 부녀화 되면서 농사를 짓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농사를 짓고 싶어도 인력의 부족으로 제대로 영농을 이어가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위탁영농 회사나 비교적 영농여건이 좋은 사람에게 대리경작을 주고 있으나 막상 대리경작을 해보았자 농업소득이 낮고 경지정리가 안된 산골의 농경지 등 기계 영농이 어려운 곳은 아예 농사짓기를 기피해 대리경작료가 5대5를 넘어 현재 4대6까지 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도 지주와 임차농 모두 별 소득이 없기는 마찬가지이며, 그나마 농지를 놀리지 않고 농사를 짓고 있으니 다행인 셈이다.
휴경지가 늘고 있는 또 하나의 큰 이유는 바로 낮은 농업소득 때문이다. 그 동안의 정부의 농업정책은 일관성 있는 추진보다는 그때그때 시기에 따른 땜질씩 정책을 벗어나지 못했고 그에 따라 농민은 생산한 각종 농산물을 헐값에 팔거나 아예 팔지도 못하고 썩히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왔다.
더욱이 값싼 수입 농산물에 밀려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어 겨우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경작지를 위탁영농 시키거나 농지를 묵힌 채 자신은 인근 농공단지나 공장에 취직 전업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날품을 팔더라도 농사로 얻는 소득보다 낫다는 게 이들의 답변이다. 따라서 휴경지 발생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영농의욕을 배가시키며 낮은 농업소득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작목전환과 함께 노동인력 부족을 해소할 수 있는 위탁 영농회사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
그래도 발생되는 휴경지는 사회단체, 군부대, 위탁영농 회사 등에 위탁 영농을 주선, 대리경작을 유도하고 경지정리 확대나, 휴경농지의 임대경작 의무화, 경제작목 보급, 기계화 영농단 활성화 등 유휴농지에 대한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영농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휴경농지에 대한 지속적인 현황파악을 바탕으로 활용방안 모색에 주력, 최대한 활용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 관심있는 주민들의 지적이다.
다행히 농기계 반값 공급이 실현돼 농민들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기는 하나 현재의 농기계보급 정책보다 더욱 파격적인 가격의 농기계 공급으로 농민들의 일손부족을 해소함으로써 최대한 휴경지의 발생을 줄이는 등의 방안마련이 절실하다. 농사를 지어도 빚만 늘 뿐 도저히 수지를 맞추기가 어려워 차라리 땅을 늘리고 있다는 농민들의 항변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