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좌절주는 오늘의 현실
제13주년 장애인의 날에 부친다
1993-04-24 보은신문
기념식이나 각종 놀이잔치가 벌어지고 신체적 정상인과 신체적 장애인이 서로 즐기며 그들을 위로한다고 할지 모르나 그들이 내부 깊숙이 느끼는 것은 분명 없어지지 않는 정상인과의 괴리감뿐일지 모른다. 갖가지 신체장애로 인해 장애자들은 그들이 비록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더라도 원하는 직장, 원하는 직업에의 취업이 어렵고, 취업자의 경우도 차별대우를 받는 등 늘 좌절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차별과 냉대로 인해 장애자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길 꺼리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군내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경우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타 시군에서는 이미 장애자 모임체가 결성되어 친목을 도모하며 그들의 권익을 추구하는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으나 우리 군은 아직 그 모임체조차 결성되지 못하고 있는 처지이다.
'90년 12월 장애자 중앙회로부터 보은군지회장으로 위임된 이용성씨는 이것이 안타까워 군 내각 지역을 돌며 장애를 가진 주민들을 일일이 만나 지회 결성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으나 지금까지도 지회 결성이 안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답변은 "갖가지 장애자인 우리가 모여서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이냐, 사회에 웃음거리만 제공하는 것 아니냐"며 한결같이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현재 군내 장애인들은 스스로 사회생활을 꺼리고 폐쇄된 생활을 하며 혼자만 딛고 일어서려고 하는데, 신체장애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자기 직분에 맞는 일을 열심히 하면서 또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이에 앞서 장애자에 대한 사회의 시각전환과 관심이 필요하다"고 이용성씨는 지적한다.
올해 3월말 기준 우리 군내의 장애인 등록 현황을 보면 총 5백85명이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들은 장애정도에 따라 1급부터 6급까지로 구분된다. 유형별로는 지체장애자 3백55명, 시각장애자 42명, 청각언어장애자 98명, 정신지체자 90명이고 보호별로는 거택보호자 1백47명, 자활보호자 97명, 의료부조자 1명으로 재산 2천만원 이하 월소득 18만원 미만인 저소득 장애인이 총 2백46명, 그 외 일반 장애인이 3백39명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장애자가 있는 가족이나 장애인 스스로가 외부로 노출되기를 꺼리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실제 장애인은 7백명 가까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는 지적이다. 위와 같은 자료에서 알 수 있듯, 등록된 장애인 중 반수 가까이가 월소득 18만원 미만의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고, 더구나 장애가 아주 심한 1급에서 3급까지가 대부분이어서 사실상 이들의 생활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저소득 장애인으로 선정 보호되고 있는 장애자에게는 국가에서 각종 보조금이 지급된다. 장애인 복지법에 의해 보호되고 있는 이들 저소득 장애인들은 우선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보험료 외의 개인 부담금을 전액 보조해주고 생계보조 수당으로 장애인 1인당 월2만원씩이 지급되며 장애인 가구 자녀에 대해서는 중학생에 한해 입학금과 수업료를 지원, 분기마다 1인당 6만9천9백원이 지급되고 있다.
또한 저소득 장애인 가구주에 대해 가구당 5백만원의 자립자금을 연리 6% 5년거치 5년상환 조건으로 빌려주는 것이 있는데, 이에 지난해 보은읍 수정리 한모시가 대출을 받았다고. 이밖에 장애인 전화요금 할인제도에 의해 장애등급에 따라 시내통화료가 차등 할인되고 장애인 명의로 등록된 1천5백cc 이하의 승용차에 대해 무료 LPG연료사용, 장애인의 고궁, 국·공립 박물관이나 공원 등 공공시설 이용금 면제, 철도(비둘기호, 통일호) 및 지하철 요금 50% 할인등의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이렇게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은 사실상 새발의 피로 비교될 만큼 장애자 개개인이 느끼는 혜택은 아주 작은 것에 불과하다. 특히 장애정도 및 생활수준에 따라 보호하고 있는 차원에서 기반이 거의 없는 저소득 장애인에게 매월 얼마씩 주어지는지는 생활비는 생활형편을 피게하는 수단이기보다는 하루하루 생활을 꾸려나가기도 힘든 것이어서, 이들은 생활고를 이기기 위해 그리고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날품팔이 노동자로 나서야 하는 실정이다.
더구나 장애인 고용촉진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장애인 의무 고용제를 두고있으나 기업주의 인식부족으로 크게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고, 군내에서는 한국화약을 제외하면 해당 사업장조차 없어 사실상 군내 장애자들은 겨우겨우 일거리를 얻어 살아가고 있는 형편인 것이다.또한 현재 군내에는 장애자를 위한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시각 장애자들을 위한 소리나는 신호등은 전무하고 공공기관이나 병원에도 휠체어 등의 출입구 경사로 및 손잡이를 설치하는 곳이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며 공중전화나 화장실 등에도 장애인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의 설치를 외면하고 있어 동행인이 없으면 안될 정도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이와같이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관심과 복지정책의 미흡으로, 단지 신체적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장애인들은 너무 많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신체적 정상인들이 갖는 신체적 장애자들에 대한·시각이 과연 올바른가 되돌아볼 일이다.
더구나 요즘은 의술의 발달로 선친적 지체장애자의 발생율이 극히 미미하고 대부분 교통사고나 산업재해로 인해 장애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지금 우리의 팔다리와 눈과 귀가 정상이라고 해도 언제 어떤 재난이 닥칠 지는 아무도 모르는 문제이다. 따라서 자신의 불구보다는 사회적 냉대와 동정 어린 시선이 더 서럽다는 장애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을 되짚어 그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이 제고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