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생명의 존업성을 생각하며
박영옥(외속리면 서원리)
1993-02-20 보은신문
그 후 그 개는 매일 밤 주인이 묻혀있는 공원묘지 옆에서 잠을 자는 것이다. 어느날 공원 묘지 주인이 뒤늦게 그걸 보고 쫓았으나 날이 어두워지면 다시 찾아와 문앞에서 떠나질 않았다. 그 행동에 감동하여 묘지 옆에서 매일 밤을 지냈다. 그 사실을 알게된 경찰과 주민이 개를 놓고 재판을 벌였는데 경찰 주장은 길잃은 개는 주인이 나타나질 않으면 법대로 처형을 해야 한다고 한다. 길잃은 개이지만 충견이라고 골목 아이들이 돈을 모아 벌금을 내고 결국은 개를 구해낸다는 얘기이다.
비록 외화 한토막이지만 우리 현실하고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지난 여름이다. 우리집 발바리가 새끼 두 마리를 낳았는데 생후 40일이 되었을 때였다. 어미개를 계속 매어 놓았던 참이라서 운동을 좀 하라고 풀어 놨더니 새끼 두 마리와 잘 뛰어 노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루턱에 앉아서 책을 보는 내 발밑에와서 재롱을 부리던 개가 어느새 밖에 나가 차에 치어 죽은 것이다.
한 10분 사이에 재롱을 부리던 새끼는 어미를 잃었고, 차는 뺑소니 치고 말았다. 닭의 해인 첫 시작부터 걸맞지 않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민주사회 선진국 대열에서 우리도 이제는 국민의식이 바뀌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를 잡아 몸보신하는 것도 좋지만, 우선 얼룩지고 혼탁한 마음의 거울부터 닦아야 한다.
그러면 야만인 소릴 들으며 보신탕먹지 않아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법이 없어도 살기좋은 세상이 될 것이다. 새롭게 시작하는 하나의 숫자 앞에서 하나뿐인 생명의 존엄성을 생각하는 우리의 마음 자세로 희망찬 한해가 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생각하며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