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에서 움트는 정통풍수학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 장신리에 연구소 차려
1993-02-06 보은신문
최창조 교수는 풍수지리학의 본격적이고 체계적인 연구를 위해 지난해 3월 서울대 교수직을 내놓고 그의 제자인 성동환(30) 최원석(30) 한동환(29)씨와 함께 비룡소에 이인 지리사상연구회(里仁 地理思想硏究會)를 차리고 연구 활동을 시작했는데, 최교수가 이곳 비룡소에 연구소를 차리게 된 것은 최교수의 '풍수사상 연구'란 책을 발간했던 민음사 박맹호 사장이 연구공간의 마련을 고심하는 최교수에게 비룡소의 고향집을 무료로 빌려준데 인연이 된 것.
이인 사상연구회라는 모음의 이름은 논어에 나오는 '里仁 業爲하니 擇不處仁 焉德知리요(마을이 어질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니 그런 곳을 골라 살지 않으면 어찌 지혜보다 하겠는가)'에서 이인(里人)을 따온 것으로 연구소가 있는 비룡소가 풍수적으로도 좋은 마을이기 때문에 지은 이름이라 한다. 조창조 교수와 3명의 연구원들은 지난 9월에 내려와 연구소문을 열고 12월초 마을 주민들의 축하속에 현판을 내걸고 지신밟기를 했다. 최교수는 "자연과 자연의 변화에 거슬리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 갈 수 있는 지혜와 태도를 이론으로 갖춘 것이 풍수"라고 주장하고, 한문으로 기술된 전통지리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풍수사상을 알기 쉽게 국역화하는 등 풍수 사상을 정리 보급하고 이런 바탕 위에서 환경·지리문제 등 현실 문제를 전통지리사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고 의지를 피력.
최교수와 연구원들이 묘자리나 봐주는 것으로 전락한 우리의 전통지리 사상인 풍수사상을 바로잡아 학문을 정착시키기까지의 길은 아직 멀고 험난하다. 그렇지만 이들은 땅과 사람이 서로 살아있는 각자의 몸을 통해 기(氣)를 주고받고 풍수사상의 출발을 접목시키고, 왜곡된 잡술 풍수에서 탈피, 땅에 대한 인간적 사고방식인 정통의 풍수를 연적사고방식인 정통의 풍수를 연구하기 위해 오늘도 환히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다.
우리 보은은 이런 큰 인물을 따뜻한 땅의 가슴으로 껴안고, 이인 사상연구회가 좀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격려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창조 교수는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문리대 지리학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국토개발연구소 주임연구원, 청주사대교수, 전북대 사대 지리학과 교수, 서울대 사회대 지리학과 교수를 역임했고 저서로 '한국의 풍수사상' '좋은 땅이란 어디를 말함인가' '땅의 논리, 인간의 논리' '터잡기의 예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