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농민혁명 보은취회 110주년

다시하는 보은 취회 쌀 화두

2003-04-19     송진선
동학혁명 보은취회 110주년을 맞은 올해, 행사가 풍성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북실의 가마실과 뱃들공원, 취회지였던 장안, 옥천 청산은 동학농민군의 흔적을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동학 농민혁명 보은취회 110주년 기념 4336 동학굿 사람이 하늘이니 행사는 삶결모임 아사달과 보은 민예총, 충북 남부 민예총, 전교조 보은지회와 공동 주관으로 ‘다시 하는 보은 취회 쌀’을 기획해 선보였다.

보은 장안의 보은 취회는 110년전 민족과 국가의 모순이 깊어지고 그 간의 민란적 성격과는 다르게 확실한 조직과 사상을 기반으로 척양척왜, 보국안민이라는 민중적 의지를 공론화한 대규모의 민중집회로서 세계사적으로 그 의미가 크며 한국 근대 민족 민중 운동의 벼리가 되는 동학농민 혁명의 바탕이 되었다.

또한 보은 북실은 갑오년 동학 농민혁명 당시 북접 농민군의 마지막 전투지로서 이 땅의 해방을 위해 산화한 민중의 넋이 잠들고 있는 곳이며 옥천 청산은 동학의 교조 수운 최제우 선생의 기일을 맞아 조난항례를 마치고 보은취회를 결정한 곳이다. 보은 동학굿은 이러한 민족, 민중 주체의 변혁운동인 동학 농민혁명의 뜻을 기리고 사람과 생명의 가치 실현을 위한 것으로 서원대학교 역사 동아리 학생들이 행사 도우미를 자청, 행사 기간 내내 자리를 지켰고 보따리 학교 학생들과 전라도 경상도 충남 등지에서 모인 우리쌀 지키기 100인100일 걷기 길동무팀이 보은 동학굿 행사에 주체적으로 참여했다.

첫날 11일에는 옥천군 청산면 한곡리 문바위에서 110년전 청산모의를 되새기는 제를 올리고 채길순 명지대 교수로부터 강연을 듣고 보은 동학의 미래라는 주제로 좌담회가 있었다. 이어 12일 동학굿의 시작을 알리는 기림굿은 동학농민군의 영령들이 잠들어 있는 가마실에서 지냈으며 이어 뱃들공원에서는 길놀이, 솟대 세우기, 노래공연, 죽장 춤, 넋기림 춤, 우리살 살리기 결의문 낭독 등에 이어 체험행사로 삼산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의 우리쌀 인절미 만들기 체험행사와 함께 깃발 만들기, 판화찍기, 다포 만들기, 붓글씨로 아이들 마음 그리기 등의 행사가 있었다.

또 깃발전, 토우전, 막사발전이 열리고 노래공연과 누리울 택견 전수관에서 택견 시범을 선보였다. 취회 마지막날 외속리면사무소 회의실에서는 보은집회 110주년 학술 포럼과 함께 취회지였던 장안에서는 장안 동학농민회원도 참석한 가운데 다시 생명의 땅으로라는 주제의 쌀을 위한 고사를 지냈다.

한편 동학 진혼굿 관련 군의 보조금 지급 보류를 둘러싸고 보따리 학교 아이들이 군 문화관광과를 항의 방문한 것을 비롯해 동학굿 행사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군 홈페이지를 통해 비난성 글이 게재됐다. 이들은 보은군이 추구하는 행사는 고예산 저효율의 전시성, 푸짐한 경품을 내걸어 순간의 눈요기와 즐거움만을 선사하는 그런 행사가 아닌 여럿이 체험할 수 있고 오래 숙식할 수 있고 가슴에 무언가 담아가는 행사일 것이리라 믿는다며 공익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할 기관에서 '민간 주도'를 이야기하면서 일방적 잣대에 의해 편파적으로 민간을 선별하여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고 동학이라는 그릇은 보다 민중적이며 체험적이고 자생적이어야, 그래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따리 학교 아이들은 이를 마당극으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고 시내 일원에서 모금 행사를 벌여 40만원 가량을 주최측에 전달했고 우리쌀 지키기 운동 걷기 팀은 내년 동학굿 행사에도 참석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