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활성화의 길 (5) 관광자원 활용
속리산은 엄청난 재산, 색다른 옷입혀야
2003-04-19 송진선
근대 민주화 운동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는 보은 동학 취회 및 최후 격전지 등과 같은 유뮤형의 문화자산은 값으로 칠 수 없을 정도다. 국가 얼굴로 상징성이 높은 정이품송 그리고 그의 부인인 정부인 소나무, 여기에 최근 발견된 황금 소나무, 비림 박물관, 민간 최대의 규모인 99칸집까지 전국민의 발길을 보은군으로 돌리게 할 만한 자원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문제는 속리산은 수학여행지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곳으로 전락해 버렸다. 여기에 봄철 등산이나 가을철 단풍 등산객이 찾는 단순 관광지로 변해버렸다.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대변해주고 있다. 1990년 183만6천명이 찾았던속리산 입장객은 5년 전인 1997년 111만3700명으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68만3815명에 그쳐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라면 아마도 올해는 더욱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속리산의 자존심이 크게 훼손된 것이고 최대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속리산에 올인하고 있는 속리산 주민들은 당연하고 대표적 관광지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는 보은군의 입장도 난감하다. 입장객이 준 것이 속리산의 생김새가 바뀌었기 때문이 아닌 관광객의 취향이 바뀌었고 또 그 안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친절도가 낮아 정나미가 떨어져 속리산을 찾지 않는 원인이 크다고 본다.
변해야 산다는 것을 새삼 화두로 삼지 않아도 이미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지만 과연 변하고 있나, 얼마나 변했나, 무엇이 변했나를 꼼꼼히 따져보면 변한 것도, 변하고 있는 것도 없는 것 같은 체념의 공간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요즘 국민들의 관광 행태가 변한 것을 먼저 읽어야 한다. 주 5일 근무 실시 훨씬 이전부터 가족중심으로 여가를 즐기는 문화로 바뀌었다.
가족 구성원 중 가장 배려하는 층은 자녀이다.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자녀들의 정서함양에 도움이 되는 곳을 찾아다니는 관광이 되고 있다. 무조건 자연자원으로 만들어진 경관좋은 관광지를 우선해서 찾기보다는 경관좋은 관광자원이 있으면 더욱 좋고 꼭 그렇지 않더라도 체험할 수 있는 무엇이 있는 곳, 옛날 농경문화을 볼 수 있는 곳, 쉬면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닌다.
친환경 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미꾸라지도 잡고, 옥수수도 따고 콩을 수확해 불에 구워먹는 지역이 일명 그린 투어리즘이라는 형태로 뜨고 있는 것도 그것이다. 친환경 농산물도 구입하고, 농사체험도 하고, 자연관찰도 할 수 있는 자연 친화적 축제로 대표되고 있는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가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것도 그것이다. 강원도 평창군을 중심으로, 가평·양평 등 경기도를 중심으로 농사 등 농촌문화도 체험하고 휴양도 가능한 팬션(별장형 민박) 사업이 뜨는 것도 그런 이유다.
보은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관광형태와는 전혀 다르니 속리산에만 목을 매고 있는 보은군을 관광객이 찾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국립공원 속리산은 누가 뭐래도 보은군의 가장 큰 재산이다. 문화재의 보고인 법주사, 정이품송, 황금 소나무, 삼년산성, 동학 유적지, 가시연꽃 서식지, 선씨가옥, 한국 비림 박물관 등 사람을 끌만한 경관자원이 보은군 만큼 풍부한 곳도 없을 것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기존 경관 자원을 고리로 엮고 자원에 옷을 입혀 색다른 관광상품으로 만드는 변화가 필요하다. 보은군의 최대 맹점은 벨트화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속리산 따로 놀고 삼년산성 따로 논다. 선씨 가옥 따로 놀고 동학유적지는 자원 축에도 끼지 못하고 있는 신세다. 그나마라도 주류를 이루고 있는 수학여행단은 걷기를 싫어해 문장대는 아예 오를 생각도 못하고 기껏 법주사를 둘러보는데 그친다.
그 다음 할 것이 없다, 볼 것이 없다는 푸념을 하는데 이는 속리산 외에 지역 관광지를 제대로 보게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속리산을 찾은 관광객이 삼년산성과 동학 유적지, 가시연꽃 서식지, 선씨가옥, 한국 비림박물관 등 군내 관광지를 둘러보도록 하나의 상품화가 되어야 한다. 또 기존 관광자원에 색다른 옷을 입혀야 사람이 꼬인다.
한국의 나폴리라 불릴 정도로 미항(美港)인 통영항은 아름다운 항구라는 기존 관광자원에 야경을 배경으로 바지선 위에서 국제 음악제라는 색다른 옷을 입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맛을 찾아 떠나는 맛 기행도 빠질 수 없다. 변산반도나 보성 차밭 등 서해안의 유수한 기존 관광지에서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기존 자원에 맛 기행을 얹었다. 여행사의 상품으로 나올 정도로 뜨고 있다.
갖가지 놀이기구와 사파리, 풀장까지 갖추고 있어 엄청난 인파가 찾고 있는 국대 최대의 놀이시설인 에버랜드도 사시사철 색다른 옷을 입히고 있다. 놀이기구를 타고, 음식을 먹고, 음악을 듣고, 이상한 풍경을 눈으로 보는 오감 만족을 꾀하고 있다. 있는 자원만으로도 사람들이 몰려드는데 매번 색다른 옷을 입힌다. 봄에는 튤립으로, 여름에는 장미로, 가을에는 국화꽃 천지를 만든다. 야간에는 곳곳에 은은한 할로겐 조명을 설치, 또다른 관광 자원으로 사람들을 붙잡아 둔다.
속리산을 찾은 수학여행단은 짐만 속리산에 풀었다 뿐 겨우 법주사만 둘러보고 수학여행의 대부분의 시간을 에버랜드에서 보낸다고 한다. 에버랜드에 가서 모든 돈을 다 쏟아내고 잠만 속리산에서 자는 꼴이니 관광경기가 없는 것은 당연하다. 효과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기존 관광자원에 우리만 도취되어 있는 꼴이다.
천혜의 절경인 속리산 등 풍부한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지만 관광객을 불러모으지 못하고 여행에 따르는 감흥을 갖게 하지 못해 3류 관광지로 전락하고 있는 보은군. 법주사까지의 모노레일 설치, 우마차 운행, 놀이기구 설치 등과 같이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것에서부터 정이품송 모형의 꽃탑 설치, 밤에는 조명으로 갈아 입는 꽃탑, 법주사에서는 산사 음악회, 탑돌이 상설 체험 프로그램화, 속리산 잔디광장에서의 마당놀이, 삼년산성의 수문 교대식, 동학군이 먹었던 주먹밥, 동학군들이 수련했던 택견, 선씨가옥에서는 다도체험 등 좀 다른 옷을 입여야 하는 절박함이 보은군 관광의 실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