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승면 내망리 박순태씨

유기농법 실천에 앞장서 저공해·무공해 농산물로 자연과 인간을 보호

1992-11-28     송진선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한 오늘날의 이른바 과학적인 농업기술이 농업증산에는 획기적으로 이바지한 반면, 토양을 오염시키면서 자연의 균형과 조화를 깨뜨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농약을 덜쓰고 화학비료가 아닌 퇴비를 사용해 농작물을 재배하는 유기농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만 일반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미 박순태씨(37. 삼승 내망)는 자신의 과수원에서 유기농법을 실천, 올해도 싱싱하고 맛좋은 복숭아와 사과를 생산해냈다. 5천6백평 규모의 마을농장을 경영하는 박순태씨가 유기농법을 실천하게 된 것은 `87년 유기농법 중앙회에 등록 2박3일간의 교육을 받고 난 다음부터. 유기농법이 보급되기는커녕 단어조차도 생소했던 당시, 박씨에게는 1년 농사의 성패를 거는 모험이기도 했기 때문에 사실상 망설임도 많았다.

더구나 효소로 균을 배양해 퇴비를 만들어 밭에 시비하는 방법으로 농사를 짓는 박씨를 두고 주변에서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기 일쑤여서 곤혹스러움도 겪어야 했다. 그러나 박순태씨는 평소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토양이 척박해지면 결국 농사짓기가 어렵다는 것을 먼저 깨달아, 주위의 손가락질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력은 계속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90년에 드딩어 나타나 사과의 당도가 일반 사과보다 훨씬 높고 크기는 작아졌지만 오히려 무게는 더 나가, 그동안 보은에서는 판매되지 않았지만 대도시에서는 보통 20%이상 높은 가격으로 판매된 것이다. 또한 `90년부터는 퇴비생산을 쉽게 하기 위해 양계장까지 직접 운영하며 닭 분뇨를 효소처리해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유기농법 중앙회로부터도 인정받고 있고, 현재 사단법인 유기농업 환경연구회 군지회 감사로도 활약중인 박순태씨는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짓는 것이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일반 농사보다 노동력이 배나 더 들고 효과가 단번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유기농법을 시행해 본 사람도 도중하차 하는 경우가 있어, 정말 자부심이 없으면 실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토양에 유익한 미생물을 많이 배양해 작물이 질병에 강해지기 때문에 사과의 경우 남보다 30% 정도의 농약만 쳐도 충분하고 복숭아는 한번, 배추, 상추, 쑥갓 등 채소는 농약 한번 치지 않아도 싱싱한 것을 재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따라서 유기농법으로 환경도 보호하고 국민건강도 보호하는 무공해·저공해 농산물을 재배해 어려운 농촌현실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씨는 내년부터 농산물검사소의 품질인증 마크를 부착한 저공해 사과를 본격 출하할 예정이라고. 노동력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벼농사에는 아직 유기농법을 적용하지 않고 있지만, 앞으로 벼농사와 채소 재배도 저공해·무공해로 생산할 계획이라는 박순태씨는 충주 공업전문대 기계과를 졸업하고 롯데건설에 취업, 잠시 외도(?)를 했으나 보은농고 원예과(1회)를 졸업했던 본래의 적성을 찾아 열심히 사는 농부로서 5천6백평의 과수원과 논 1천5백평을 일구며 부인 김혜숙씨(31)와 두 아들과 함께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금주에 만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