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암3리 뒷산 석회암 동굴 수두룩

주민 오소리 동굴 흙 3년간 퍼내

2001-08-04     송진선
장수굴이 있는 회북면 쌍암3리에서 다수의 동굴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동굴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임진왜란때 왜군들이 이 마을까지 쳐들어와 동굴에 기거하는 장수가 왜군을 크게 무찌르고는 이제 속리산으로 간다는 말만 남기고 굴 안으로 들어간 이후 장수가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굴 안에 불을 땠으나 문장대에서 연기만 나왔다라는 설화의 장수굴은 20m 길이에 동굴 입구는 높이 3m, 폭4m이고 굴안은 높이 3m, 폭 3m이다.

그런데 이번에 한 주민이 굴 안의 흙을 파내서 최근 사람이 굴 안에서 맘놓고 걸어다니며 구경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 놓은 오소리 굴은 길이만도 60m에 이르고 굴안은 2m가 넘는다. 오소리 굴 옆에 아직 미개발 굴이 또 있다.

마을 앞쪽의 안산에도 7부능선 쯤에 굴이 있는데 이곳은 굴이 2층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쌍암리 일대에서 석회암으로 된 동굴이 여러개 발견되고 있어 이 일대에 대한 전문적인 조사와 함께 보존대책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회북면 쌍암3리 일대에서 석회암으로 이뤄진 동굴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난 1일 회북면 쌍암3리(이장 박건태, 49)를 찾았다. 마을이장과 회북면사무소 최헌수씨와 함께 여러 사람들에 의해 동굴 안이 확인된 마을 뒷산(주민들은 이곳을 도장골이라 불렀다)의 일명 오소리 굴을 들어가보기로 했다.

박건태 이장의 말에 의하면 어렸을 적 오소리를 잡는다고 굴 안에 화약 같은 것을 던져놓고 배를 깔고 굴 안에 들어갔던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그때도 주민들은 굴에서 놀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도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의 그런 굴이 사람이 서서 돌아다닐 정도로 높고 넓은 굴이 되었다는 것.

마을에서 30분 정도 산으로 올라가니 산 언저리에 외딴터가 있었고 60대 남자 2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기자가 동굴을 확인해보기 위해 찾은 바로 그 오소리 동굴 안의 흙을 파내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주인공들이었다.

그 중 한 명인 김덕식(호적명 김광범, 61)씨와 동행, 이 외딴 터에서 15분 가량 산의 정상 쪽으로 등산했다. 산의 6부능선쯤, 해발 150m를 약간 넘을 것 같은 위치에서 정말 동굴을 발견했다. 굴 입구는 이들이 파낸 돌이 있었고 굴 입구는 철문으로 막아 놓았었다.

외부인들에 의해 굴 안의 종유석 등의 훼손을 막기위해 철문으로 막아놓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굴 입구는 1m가 조금 넘어 일반 어른들은 몸을 반쯤 숙이고 들어가야 했고 너무 깜깜해 큰 초 3개를 한묶음으로 한 촛불을 밝히고 굴 안을 살폈다.

4명이 그렇게 동굴 안을 촛불로 밝히고 살펴보니 과연 듣던 대로 맺힌지 얼마 안됐을 것 같은 종유석이 자라고 있었고 바닥에도 일부 석순이 모양을 내고 있었으며 일부 종유석이 훼손된 것도 확인이 가능했다.

굴 입구만 낮고 좁을 뿐 굴 안은 높이와 폭이 2m는 족히 넘을 것 같았다. 60m가량 안으로 계속 들어가니 굴 안쪽에서 다시 양쪽으로 굴이 연결되고 있었다. 아직 그쪽으로는 흙을 파내지 않아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했으며 바깥에는 찜통 더위로 땀이 비오듯 했는데 한기가 느껴져서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나가자고 졸라 밖으로 나왔다.

김덕식씨에 의하면 회북면 쌍암리로 들어온 지 올해로 7년째인데 3년동안 굴안의 흙을 퍼내 지금과 같은 굴의 모양이 나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로 옆골짜기인 진선반날 골에 있는 장수굴도 굴안의 흙을 파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게 했고 김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오소리굴 바로 옆 골짜기(장군 목빈날 골)에서도 굴의 입구를 발견해 또다시 이 굴 안의 흙도 파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덕식씨는 땅 속의 기운이 바깥으로 나오는 통로가 바로 굴이라며 쌍암3리의 뒷산은 사방팔방이 모두 굴로 연결되어 있고 2층 3층 구조의 굴일 가능성이 높고 지하가 저수지일 것이라고 말했는데 실제 굴을 보고 나온 골짜기의 물이 흐르다가 어느 곳에서부턴가 흐르지 않는 것이 확인됐다.

회북면 쌍암3리 일대에 대한 정확한 전문가의 조사가 이뤄져 개발 및 보존을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