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은 대통령 별장 ‘청남대’
화려하지 않고 소박 대통령 별장 매리트 속리산과 연계 숙제
2003-04-12 송진선
86년 영춘재에서 제2의 집무실이라는 뜻으로 청남대로 변경됐는데 신라 문무왕때 고승 원효대사가 천여년 후에는 산 아래 물이 차서 세 호수가 생기고 용이 물을 만나 승천하듯 이 지역이 국토의 중심이 되어 연화정수(蓮花渟水)의 성지가 이륙돼 임금 왕(王)형으로 국왕이 머물게 되라는 예언이 꼭 맞아떨어진 곳이다.
청남대 전체 규모는 54만평. 대전시 소유의 2개의 섬을 비롯 활용가치가 없는 땅을 제외하면 실제 이용되는 것은 37만평 가량. 경비대 군인 250명에 한전, 통신 등 민간요원 30명 총 280명이 근무하는 청남대는 대청댐을 끼고 돌면서 본관이 자리하고 본관 앞에는 대통령 전용 헬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4500㎡ 규모의 잔디밭이 자리하고 있다.
청남대를 오는 방법은 헬기를 이용하거나 열차를 이용해 청주역에서 자동차로 오는 방법, 또 배를 타고 대청호 선착장을 이용하는 방법 3가지가 있으며 역대 대통령 가운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40분이 소요되는 전용 헬기를 이용, 청남대를 방문한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열차를 이용, 청주까지 온 뒤 승용차로 청남대에 오는 코스를 택했다고 한다.
본관을 중심으로 서쪽인 좌측 아래로 양어장이 위치하고 뒤쪽에는 어린이 놀이터와 인근에 수영장, 테니스장이 있으며 우측 뒤쪽으로는 골프장과 초가정이 위치해 있다. 청남대로 진입하기까지 4중 철책이 쳐져 있는데 본관 출입을 통제하는 마지막 철책을 끼고 우측으로 내려가니 3000㎡ 규모의 양어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원래 스케이트장으로 조성했으나 얼음이 얼지않아 양어장으로 바꿨는데 4500톤의 물을 펌핑해 모래, 자갈, 수생식물을 통과하며 정화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주변에는 청남대 건립 이전부터 104그루의 배나무 있고 여기서 나는 배들은 역대 대통령들이 국무위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는 것이 관례였다고 한다.
본관 입구에는 청남대를 주민에게 돌려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 표시로 문의면 주민들이 32개 마을 지명을 넣어 문의면 주민 수와 같은 5800여개의 돌로 탑을 쌓고 있었다. 본관은 800평 규모의 2층 양옥으로 지하에는 목욕실, 당구 탁구장 1층에는 접견실, 회의실, 2층 우측이 대통령 침실과 서재, 좌측으로 가족 침실이 위치하고 있다고 한다.
20년전 집기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경비대의 말이 아니더라도 내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결코 화려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본관 우측 터에는 놀이터가 조성돼 있고 본관 건물 뒤편에 2층에서 잔디밭까지 완만한 철제 계단이 설치돼 있는 것이 눈에 띄었는데 다리가 불편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본관 후면에서 우측에 25m 길이 6레인 규모의 작은 수영장이 있고 그 위로 테니스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본관을 한바퀴 돌아 우측으로 난 산책로 우측으로는 대청호가 한눈에 들어오고 좌측으로는 최장 360m 거리에 파4 규모의 1개홀짜리 골프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포장하지 않은 마사토 흙길인 이 산책로는 비가 오기 전 덮개를 덮어 바닥이 패이지 않도록 관리해 아스팔트 포장도로와 같이 잘 다듬어져 있었고 당초 500m 거리였던 것이 조깅을 즐겼던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1㎞로 연장됐다.
산책로 좌우는 진달래, 상사화 등과 함께 고사리며 취나물, 삼지구엽초, 꿩의 비름, 어성초 등 토종 약용식물들이 늘어서 있었고 감나무와 사과나무, 살구나무도 어우러져 고향집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골프장을 지나 산책로 끝에 정겹게 서 있는 초가 정자는 시야가 확 트여 대청호가 시원하게 내다보이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 내외가 애용했다고 한다. 부근 대청호에는 대통령 전용 소형 보트 영춘(迎春)호가 덮개를 쓴 채 뭍 위에 올라와 있고 대통령이 방문하면 24시간 매복 근무를 한다는 3척의 초소정 역시 정박해 있었다.
3개 코스의 산책로중 1코스 산책로를 1시간 30분가량 걸어서 돌아본 청남대는 화려하기보다는 정원이 잘 가꿔진 일반 별장에 다름 아니었다. 관람 내내 대통령의 별장이라는 매리트를 갖고 있는 청남대를 속리산과 묶는 숙제로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