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굳건한 삶을 사는 소년가장 박창호 군
삶의 의지 북돋은 시련과 빈곤
1992-06-06 보은신문
창호군은 국민학교 2학년때까지만 해도 조부모님과 부모님, 그리고 4남매가 다복하게 살아가는 남부러울 것이 없는 가정의 장남으로 귀여움을 독차지 했었다. 그러나 83년 막내동생의 죽음 이후, 이듬해 어머니의 가출, 할머니의 죽음이 이어지고 세째 동생 정미(11세)가 양녀로 보내졌으며, 88년 아버지의 과음과 죽음 91년 할아버지의 죽음 등 일련의 불행이 창호군에게 밀어 닥쳤다.
하지만 창호군은 "부모, 동생까지 잃은 슬픔과 경제적 빈곤은 그칠줄 모르고 더해갔지만 그럴 수록 삶에 대한 의지는 더 굳어졌고, 어려운 세파를 헤쳐 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각오가 생겼다"며 제법 의젓한 말을 한다.
몇해전 어머니가 호적을 정리하기 위해 찾아왔었지만 그런 어머니를 원망하지는 않는다고, "어머니 나름대로의 인생의 의미가 있을테고, 어느 하늘 아래선가 마음만은 우리를 지켜주는 어머니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위안이 된다"는 창호군은 "다만, 세째인 여동생 정미가 양녀로 보내질 때 내가 조금이라도 더 컸더라면 비록 가난한 생활이지만 함께 살 수 있도록 했을텐데"라고 아쉬움을 말했다.
동생을 떠나보내던 날 눈물이 앞을 가려 뒷모습조차 보지 못했지만 다행히 이젠 밝고 건강하게 성장하는 정미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나마 볼 수 있음을 다행으로 여긴다는 창호군은 하루빨리 사회에 나가 기반을 잡고, 동생 정현(회인중 1년)을 올바로 키워 모두 어른이 돼서 함께 만나 오가며 살 수 있게 되기만을 빌어 본다.
어려서 다친 정현양의 팔이 불편해, 힘들고 어려운 집안일은 항상 창호군 차지이지만, "언제나 도움을 주시는 이웃 어른들께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듯하게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창호군은 지난해 소년소녀가장 생활수기로 치안본부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창호군의 작은 소망은 진로 상담 등을 마음편히 할 수 있는 형이나 삼촌, 아버지 같은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고.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다는 창호·정현 남매가 올바른 사회의 일꾼이 되기를 기원하며 따뜻한 사랑의 박수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