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설날과 정월대보름에 윷점을 보는 이유

2026-02-12     박평선(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 박사)

 우리 조상들은 새해가 되면 가정마다 마을마다 윷놀이를 즐겨 했다. 어렸을 때만 해도 정월 대보름날이 되면 어른들이 마을회관 앞 공터에 모여 윷놀이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렇게 윷놀이는 가정과 마을에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누는 민속놀이이자 전통놀이였다.
 그런데 이러한 윷놀이가 목적에 따라 놀이 방식을 달리하는데, 조선시대의 “윷점”이 그러하다. 윷점은 윷을 던져 나온 결과로 길흉화복을 점치는 놀이다. 19세기 유득공이 지은 <경도잡지>에 잘 정리되어 있으며,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도 출전하기 전에 반드시 윷점을 쳐서 전쟁에 임했다고 한다. 특히 이순신 장군이 사용하였던 윷점을 “척자점”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주로 정월 초하룻날 윷을 던져서 길흉을 점쳤는데, 세 번 던진 뒤 주역의 64괘를 본받아 점사를 붙였다. 윷을 세 번 던져서 도, 개, 걸, 윷, 모에 괘(卦)를 붙여 괘사(卦辭)를 얻은 후에 이를 주역의 64괘에 맞추어 점친 것이다. 
 그런데 윷점은 단순히 길흉을 점치는 방식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하늘의 뜻을 읽어내는 도구로 활용했다. 즉 인간의 계산보다 자연의 질서를 중시하며, 결과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경계와 방향 제시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한 것이다. 따라서 윷점은 미래를 예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마음가짐을 바로잡는 장치였던 것이다. 
 그래서 새해 설날 아침에 가족들이 모여 윷점을 치는데, 윷점에서 나오는 괘사(卦辭)를 집안의 어른인 가장(家長)이 풀이해준다. 19세기 『동국세시기』에는 정월 초하루에 윷을 던져 점을 쳤다는 기록이 있는데, 점의 결과를 가족 앞에서 해석하고 훈계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예를 들어 윷을 던졌는데, 어려운 괘(卦)가 나오면 “올해는 일을 크게 벌리기보다 천천히 착실하게 준비해 나가야겠다.”라고 풀이해준다. 이는 가족 중에 평소에 급하게 일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이런 괘(卦)가 나오면 저항 없이 공감하는 방식으로 풀이를 해주는 것이다. 
 또한 자녀의 진로, 혼사 문제 등을 에둘러 이야기하는 데 윷점을 활용하기도 하였다. 즉 직접 묻기 어려운 문제를 윷점에 빗대어서 이야기를 해준다. 만약 안 좋은 점사가 계속해서 나오면 “올해는 복이 천천히 오는 해니, 서로 말조심하고, 행동을 조심하자.”라고 경계의 풀이를 해준다. 이는 가족을 비난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지혜로운 어른의 모습이다. 
 이렇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윷점을 통해서 격려해주거나 경계 삼도록 하는 소통과 화합의 방법이 윷점에 있다. 설날에 치는 윷점에 대해 인공지능에게 물었더니, 가장이 “말로 다스리지 않고, 의미로 이끄는” 한국식 가족 소통 기술이라고 말한다.
 올해도 설날과 정월대보름이 멀지 않았다. 가족들이 모여 앉아 윷점을 보는 것은 어떨까? 60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보은향교에서는 설 명절 연휴 기간과 대보름날, 그리고 매주 토요일에 윷점은 물론 저포놀이, 쌍육, 투호 등 다양한 전통놀이와 함께 다도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한다. 한번 보은향교에 방문해서 가족들과 함께 윷점을 치며, 여가 놀이문화의 가풍(家風)을 하나 만들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