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부 아내가 열심히 하기 때문이죠” 

외조상 받은 유 재 문씨(탄부면 하장리)

2001-07-21     송진선
당장 농약을 쳐야 하는데 고추를 따야 하는데 풀을 뽑아야 하는데 하던 것 팽개치고 회의가 있다며 나가는 아내를 고운 눈으로 보는 남편이 과연 얼마나 될까.인식이 많이 변하긴 했어도 아직 열이면 열 모두 곱지않은 시선에 아마도 부부싸움하기 안성맞춤이 아닐까.

여성주간 행사에서 외조상을 받은 유재문(59)씨는 그런 인식을 불식시켜 줬다. 탄부면 하장리의 테라스가 넓고 마당에는 고운 잔디가 펼쳐져 있는 2층집 주인 유재문씨. 새마을 부녀회 군회장인 이화(56)씨의 남편 외조상을 짚어본다.

마로면 오천리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생활했던 이화씨는 탄부면 임한리의 유재문씨와 결혼, 상투를 튼 시아버지에 시할머니까지 있는 완고한 집안에서 시집살이를 했다. 관기장도 제대로 가지 못한 것은 물론 여름에도 버선을 신었을 정도로 내외가 분명한 집안이어서 여자들의 사회활동이 무엇인지도몰랐다.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살림 밖에 몰랐던 이화씨가 바깥 바람냄새를 맡을 수 있었던 것은 남편 유재문씨 덕이다. 살림을 나와 상주등지에서 생활하다 80년대 초 탄부면 하장2리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농사를 지을 때 부녀회가 뭔지도 모르던 85년 남편 유재문씨는 마을 부녀회의 총무를 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안하겠다고 뿌리쳤던 것을 남편이 해보라고 권했다. 완고한 아버지와 같다면 부녀회가 뭐하는 것이냐며 못하게 했을텐데 유재문씨는 이화씨가 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줬던 것.

총무를 맡은 지 한달 뒤에는 회장을, 2년뒤에는 면회장에 군 부녀회 부회장을 맡았고 97년에는 군회장에 올랐다. 한달에 15일 이상은 거의 외출을 해야할 정도여서 고추를 따다가도, 어느 때는 추곡수매용 벼가마니를 꿰매다가도 이화회장은 외출복으로 갈아입어야 했다.

그런 이회장을 마을 사람들은 곱지않게 볼 때도 있지만 유재문씨는 인근 지역 회장들까지 인솔해 자동차로 태워다 줄 정도로 배려하고 아내를 대신해 딸들을 씻겨서 학교에 보내기도 하고 집에오는 아이들에게 상을 차려 밥을 먹이는 경우도 허다했다.

물론 자녀 교육도 어머니인 이화씨보다는 아버지 유재문씨의 역할이 더 컸다. 늘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 있는 이화회장은 낮시간동안 못했던 어머니, 아내, 농민의 역할을 철저하게 해냈다.

새벽 4시면 들에 나갈 정도로. 슬하에 딸만 여섯을 둬 아들을 낳으면 씨름선수를 시키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던 남편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것이 유재문씨에게 시집와서 가장 아쉬운 것이라며 미안해 하는 어머니의 마음을 아는지 딸 여섯이 모두 공부를 잘해 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이화회장은 모두가 남편 유재문씨 덕이라고.

내년이면 군회장 임기가 끝인 이화회장의 17년 새마을 생활에는 남편 유재문씨도 새마을 활동을 같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지난해 말 이화회장이 대통령상을 받았을 때에는 정말 보람을 느꼈고 아내가 자랑스러웠다고 회고하는 유재문씨에게 다음에 또 이화회장이 사회활동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하자 “뒷바라지 해야지 별수 있겠느냐”라고 말한다

정말 대단한 외조다.

<여기 이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