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에 가고 싶다
남산은 그 이름만으로도 친근하다. 지역마다 ‘남산’은 거의 다 있고 고향의 뒷산 같은 느낌이 들어 참 좋다. 서울에 있는 남산 말고도 홍성에 있는 남산은 시민들의 휴식처이고, 하루의 일과를 시작하는 출발지이다.
어슴푸레 여명이 밝아오면 주위에 많은 분이 하나둘 산을 오른다. 아주 부지런한 사람들은 깜깜할 때 올라와 벌써 내려가고 있다.
같이 근무하는 박 계장과 나는 약속이나 한 듯 그 시간만 되면 졸음이 채 가시지 않은 눈으로 남산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간다. 여러 갈래 길 중 교도소 뒤편 길을 조금 지나 홍주사에서 시작해 30여 분가량 오르면 남산이다. 가파른 곳이 두 번 있지만 걷기에 평이한 수준이다.
박 계장은 숲의 신비함을 제대로 느낄 겨를도 없이 남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하여 뽀족 튀어나온 돌들 줍기에 여념이 없다.
돌부리에 넘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는 한결같은 그 모습에 감동한다.
험한 산이 아니고 야트막한 야산 정도인데도 올라가면 숨이 차다. 홍주사 입구까지는 쭉쭉 뻗든 메타세쿼이아처럼 잘생긴 나무들이 번듯한 숲길을 만들어 준다.
평소 애송하는 ‘가지 않은 길’을 읊조리며 걷다 보면 비로소 홍주사 입구에 도달한다.
좁은 길을 따라 걸으며, 중간중간 놓인 긴 벤치에 앉아 쉬기도 하며 걷다 보면 어느새 남산의 팔각정에 다다른다.
팔각정으로 위용을 드러낸 남산정이 멋진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부지런한 토박이들은 미리 올라와 남산정(南山亭) 옆 체육공원에서 벌써 몸풀기에 여념이 없다.
언제 봤는지 통통 튀는 목소리로 어서 오라고 반기며 두 팔 벌려 환영한다.
푹신푹신한 쿠션처럼 넉넉한 내 몸이 엄마 같다고, 대여섯 살은 많은 언니가 아기 안기듯 뜨겁게 안겨 온다.
폭소가 타지며 그 여운으로 다시 한번 얼싸안는다. 언제쯤 쿠션이 없어질까 실없는 농담도 한다. 그렇게 우리는 매일 만나는 친구가 되었고, 동시에 자녀 이야기, 취미, 살림, 사업, 직장 이야기 등 이야기꽃을 피운다. 그리하여 친자매보다 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남자 어르신들도 엄청나게 반가워하며 한 마디라도 더 건네고 싶어 하신다.
조금 왁자지껄한 시간이 지나면 가슴 벅찬 일출이 시작된다. 한눈에 시내가 다 보이며 멀리 용봉산과 혜전대도 코앞에 보인다.
매년 1월 1일이면 일출보러 간다고 연례행사처럼 떠들지만 우린 그런 장엄한 광경을 매일 보는 행운을 누린다.
동쪽 하늘이 붉게 물들며 아침 해가 살짝 모습을 내보이는 순간 우린 숨을 죽인 채 기다린다. 온전한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가슴으로 그 순간에 집중한다. 빨갛고 둥그런 물체가 떠오르며 산에 오른 많은 사람은 마치 처음 일출을 보는 것 같이 환호성을 지른다.
숲의 기운은 들떠 있던 마음을 가라앉힌다. 각자 여기저기 좋은 장소를 찾아 구도하는 수도승처럼 양손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올리고 명상을 해본다.
하루 종일 세상사에 시달려 시끄럽던 마음을 숲의 신선한 기운에 실어 잠재운다.
오늘도 가까운 곳으로 나갔다가 아침 운동을 하는 이들을 보았다.
홍성으로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밀려온다. 그곳을 떠날 올 때 자주 놀러 오라던 그들이 진정 생각나는 오늘, 그곳 남산에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