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킴 화재에 지역사회 ‘함께 아파하며’ 재기 여부 주목

2025-12-31     김인호 기자

 

갑작스러운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김치 제조업체 ㈜이킴의 재기 가능성에 지역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보은을 대표하는 향토기업 이킴은 지난 19일 새벽 화재가 발생해 주요 생산라인과 시설이 전소되는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이킴 전체 생산량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던 핵심 시설이 불에 타면서 당분간 김치 공급에 큰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수출 전용 생산라인이 모두 소실돼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까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에 대한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아 피해 상황은 추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문제는 복구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과 함께, 화재 이전 수준으로 회복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다. 업계 안팎에서는 당장의 여건만 놓고 보면 과거와 같은 수준의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시설물 피해는 보험 가입을 통해 일정 부분 보전이 가능하겠지만, 이미 수주한 수출 물량을 제때 납품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원·부자재 납품업체와 거래처들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려줄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결국 복구와 운영 정상화를 위한 자금 확보가 선행돼야 하며, 이킴이 보유한 자금 여력과 난관을 돌파하려는 경영진의 의지가 재기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부도 기업 인수해 키운 김치 수출 강자
작년 수출 1,860만 달러·매출 479억 원

㈜이킴의 전신은 ㈜진미식품이다. 이킴은 2005년 부도난 진미식품을 인수하며 지금의 기반을 다졌다.
이킴의 전신인 (주)진미식품은 1973년 경기도 반월에서 출발해 1989년 현재의 보은읍 금굴리 보은농공단지로 공장을 이전했다. 당시 연 매출 63억 원(일본 수출 59억 원, 국내 10억 원)을 기록하던 유망 기업이었다. 그러나 엔화 가치 하락, 저가 중국산 김치의 공세, 원·부자재 가격 인상 등 경영상의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어음 1억 원을 상환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금융권 채무는 약 10억 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인건비와 퇴직금, 배추 작목반 납품 대금까지 지급하지 못한 채 진미식품은 문을 닫았다.
이후 진미식품 직원들이 법인을 설립해 명성과 맛을 이어갔다. 2005년 7월 일본의 김치전문유통회사와의 계약을 통해 연간 5백만달러 규모의 김치를 수출하며 다시 성장 궤도에 올랐다. 그 이후 미국·아랍에미리트(UAE) 등 세계 10여 개국으로 수출을 확대해 2024년에는 수출액 1,860만 달러를 달성했다. 이는 김치 수출 1위 업체인 대상 ‘종가’에 이어 업계 2위에 해당하는 성과다. 지난해 매출은 479억 원을 기록했다.

지역과 함께 성장해온 기업
이킴은 지역 공헌에도 적극적이었다. 전체 구성원 약 200여명 대부분을 지역 주민으로 채용해 일자리를 창출했고,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 소득 증대에도 기여해왔다. 또한 충북도와 보은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김치 기부 활동을 꾸준히 펼치며 나눔 문화 실천에도 앞장섰다.
이 같은 기업이 화재로 큰 시련을 맞자 지역 주민들은 이킴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하며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출 생산라인 소실…타격 불가피
이킴은 현재 두 곳의 생산시설을 운영 중이다. 삼승면 농공단지에 위치한 1공장과 우진리에 자리한 2공장이다. 1공장은 대지면적 8,859㎡, 건물면적 5,977㎡ 규모로 하루 약 50톤(수출 35톤, 내수 15톤)의 김치 생산 능력을 갖춘 핵심 시설이다. 2공장은 대지면적 5,068㎡, 건물면적 4,047㎡ 규모로 2010년에 지어졌으며 주로 내수용 김치를 생산해왔다.
이번 화재로 전소된 곳은 1공장이다. 이로 인해 수출 물량 조달에 심각한 차질이 예상된다. 2공장을 통해 국내 물량은 일정 부분 대응할 수 있겠지만, 수출 주력 시설의 소실로 단기간 내 정상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이킴의 화재를 두고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기존 시장 기반이 있는 만큼 사업이 멈춰질 가능성은 낮지만 피해 규모와 복구 속도, 거래처 및 소비자 신뢰 회복이 재기 여부를 가를 중대 요인이 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거래 안정화를 위한 자금의 투입이 최고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