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오년도 행복하세요!
을사년의 새 일출이 가슴을 붉게 물들였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다시금 저물어 가는 마지막 노을을 바라보는 순간이다. 뒤돌아보는 한해의 흔적들이 좋았건 나빴건 이젠 무효이다. 해마다 근하신년 이맘때가 되면 무엇보다도, 한해 동안에 과연 행복했는지 스스로 자문하게 된다. 재방송 재연출 없는 우리네 인생이기에 새해에도 행복하고 싶은 절박함이 있다. 사람에 따라서 행복감을 느끼는 척도와 기준은 다르겠지만, 내면에 무슨 방해꾼이 있어서 마음의 감기도 앓는지는 아리숭하지만, 누구나 마음의 텃밭에 행복경작을 하면서 예까지 온 것이리라. 작년 이맘때쯤 다짐했던 행복의 척도는 그럴싸했지만, 좋은 점수를 남기지 못한 부끄러운 고백서도 있다. 행복과 상호동반 평행선 감사생활! 진짜 행복을 선물하는 나눔생활! 중용의 행복론을 소유할 긍정의 힘!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사람은 언제 행복을 느끼는가?’ 무겁게 짊어지고 걸어온 한해의 배낭을 풀어놓고, 일상의 철학에 대해 고민해 보는 오늘이다.
첫째) 삶이 단순하고 가벼울 때 행복하였다. 벽에다 당무유용(當無有用)이라는 글자를 커다랗게 붙여놓고도, 썩 비우지 못하고 채워오던 한해의 치부가 드러나는 순간, ‘시절이 나를 힘들게 한게 아니라, 나 스스로 무거움을 느꼈을 뿐! 계절이 나를 쓸쓸히 한게 아니라, 나 스스로 외로움을 느꼈을 뿐!’임을 깨닫는다. 끊임없는 버림과 포기의 연속으로 가볍고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하고만 싶다. 내 눈에 붙은 허망한 욕심과 집착의 비늘을 털어냈을 때, 비로소 천상의 아름다움이 보였기 때문이다. 얻고자 하는 것에 너무 연연하지 않았을 때, 비로소 찾아오는 행복이 아닌가 싶다. 불경에서도 ‘비움이란 내게만 집중하던 아욕을 광활한 우주마음으로 바꾸는 일이다. 한 개의 그릇도 비워야 다시 담을 수 있듯이, 순차적인 방법으로 마음빼기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나를 구제할 길은 바닥까지 모두 쏟아내야 하는 비움뿐임을 알기에, 비우지 않고서는 새해의 새 꿈조차 버거울 것이 분명하기에, 새해 새날의 권두언을 安分(안분)과 自足(자족)으로 삼고만 싶다.
둘째)새해에는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애쓰겠다. 내가 사는건지 시간이 끌고 가는건지 아리숭할 때가 많았다. 너무 바빠서 삶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면, 속도를 늦추거나 일정을 재점검해 볼 일이다. 여러 가지에 마음을 쏟으며 우왕좌왕 분주함보다는, 어느 특정한 일에만 집중하고 몰입할 때가 행복하였다, 나도 상상. 희락. 고통을 맛보면서 집필할 때, 부질없는 번뇌나 고통이 사라짐을 알아차리곤 한다. 평정과 안정, 환희와 평온함이 숨어 있어야 비로소 행복하다 할 것이다. 非無安居也 雅無安心也(비무안거야 아무안심야) 내 거처가 불편한 게 아니라 내 마음이 편안하지 못함이 아니었던가. 내 마음이 고요하고 행복할 때 세상도 고요하고 찬란해짐이 아니었던가. 우선 내 마음의 고요를 지키는 것을 새해의 과제로 삼으려 한다. 결박과 해박의 반복으로 영혼의 자유를 지키며, 마음의 꽃을 피우고 싶은 간절함이 있음이다.
셋째)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칭찬하라!’ 성 어거스틴의 말이다 ‘사람들은 우주나 자연, 예술에 대해서는 감탄하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감탄하는 법을 모른다’고 지적하였다. 우선 내가 청정하게 된 후에야 주변을 정화 시킬 수 있듯이, 자신을 먼저 사랑해야 타인도 존중하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자신에 대한 가치와 철학이 풍요로워야 남에게도 행복을 베풀 것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주변 인물이나 환경, 고정관념을 넘어서, 자신이 직접 운행하는 사계절 꽃마차이기 때문이다. 행복의 마차가 달리는 길이 얼마나 단조롭고 아이러니한지도 알게 되었다. 싱싱한 샐러드 같은 건강의 원동력은 의사의 손길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관리에서 오는 셀프적 능력이기 때문이리라. 행복은 넝쿨째 굴러 들어오는 뜻밖의 행운이 아니라, 정원을 가꾸듯이 영혼을 윤택하게 운행하는 초신성 샛별이기 때문이리라.
근하신년 시즌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꿈을 가지게 마련이다. 특히 노년에 행복해지고 싶다면 더욱 헐렁하고 평범한 꿈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살아있다는 존재 자체로 행복감을 느껴볼 일이다. 그 많은 프로그램 中 행복대학 희망학과에 재접수 할 일이다. 제 둥지를 박차고 날아가는 저 철새들의 힘찬 날갯짓처럼, 행복버튼을 힘껏 누르면서 다시 벽두새벽을 맞이할 때이다. “독자 여러분, 새해도 건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