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쌀의 신분 상승을 바란다
보은농협과 남보은농협이 보은 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한 보은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이 새 대표이사를 맞이했다. 이 법인은 정용호 씨(63)가 공모를 통해 대표이사에 선임됐다고 밝혔다. 신임 정 대표는 “시설 노후화로 제값을 받지 못했던 보은쌀의 시장 평가를 회복하고 소비자와 기업이 찾는 브랜드로 재도약시키겠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그 방안으로 온라인 입점 확대, 대기업과의 납품 협력, 수도권 계통거래, 브랜드 특화 전략 등을 제시했다. 정 대표는 경남 고성 출신이다. 1990년 농협중앙회에 입사 후 농협중앙회농업경제기획부 과장, 양곡부 차장, 양곡유통센터 부장 등을 거쳐 농협유통 마케팅 부장 등을 역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대표 발탁은 전문경영인을 모셨다는 데 유의미하다. 정 대표 선임 이전에는 두 조합에서 상무급이 2년씩 돌아가며 통합미곡처리장(RPC)장을 맡았고 그렇게 죽 이어가기로 했었다. 이번 새 대표 취임으로 법인 경영에 대한 책임감이 보다 명확해졌다. 두 조합이 번갈아 가며 RPC장을 맡을 경우 2년 적당히 임기를 넘기기만 하면 친정 농협으로 돌아가는 구조였다. 이런 구조하에서는 구성원들의 열정과 성의를 기대하기 힘들다. 책임소재 또한 어정쩡, 서로 떠넘길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문경영인 발탁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통합RPC 직원들 또한 지금처럼 양 조합에서 몽땅 파견하기보다 법인에서 퇴직할 때까지 눌러앉을 직원들이 필요하다. 여차하면 친정으로 돌아갈 생각을 갖고 있는 구성원이라면 또는 그런 길이 놓여 있다면 목표하는 성과를 도출해 내기는 어렵다. 적당히 시간 만 때우다 말 수 있다는 얘기다.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있어야 구성원들도 직장에서 열정을 불사른다. 특히 직원 파견은 양 조합에서 1명씩이면 족하다. 이외 구성원들은 친정으로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끊어야 죽기 살기로 매달린다.
또한 실제 업무 성과를 기준으로 하는 성과제 도입을 추천하고 싶다. 구성원 노력에 따라 보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임직원들이 목표 달성에 집중하게 된다. 성과가 좋은 임직원을 우대하면 몰입도도 유도할 뿐 아니라 업무 효율 또한 높일 수 있는 등 장점이 많다. 특히 보은군농협쌀조합공동사업법인은 이윤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조직이다. 적자가 누적되면 회원들의 항의나 내부 갈등은 물론, 파산까지도 부를 수 있다. 쌀의 덩치가 큰 만큼 그 어떤 종목보다도 파장이 거셀 게 뻔하다.
성과제 도입에 더해, 법인 경영에 있어 두 조합뿐 아니라 쌀전업농이나 노조와 조합장 등의 관여가 자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법인이 과도한 간섭을 받다 보면 눈치를 보게 되고 의사결정에 혼란으로 이어진다. 조직 분위기가 흐트러지고 직원들도 불안이 커진다. 조언은 할 수 있지만 경영에 왈가왈부 끼어듦은 억제되어야 한다. 과한 간섭은 법인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란 판단이다.
RPC통합으로 기대처럼 보은쌀이 명품 대접을 받고 농가소득 향상으로도 이어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2027년 준공 예정일이 길게 보일지 몰라도 남은 2년 후딱 간다. 우선 보은군 브랜드 단일화 출시를 비롯한 계약재배 활성화, 수취 가격 제고, 정부 수매와 가격 차액 보전 등 만만치 않은 과제가 여럿 놓여 있다.
십수년 걸려 통합 시설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마침 새 대표도 취임했다. 개인적으로는 잘 뽑은 인재 한 명이 경영체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부담 또한 적지 않겠지만 이번에 뽑힌 정용호 대표가 그런 실력자여서 보은군의 쌀이 보은대추처럼 대한민국 넘버1 명품으로 거듭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