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발전의 시작은 공정한 선거에서
한화이글스가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으며, 한국 프로야구에 뜨거운 감동을 안겼다. 비록 결과는 준우승으로 마무리 되었지만, 팬들은 선수단이 보여준 집중력과 성장, 치열한 승부의 가치를 오래도록 기억할 것이다. 한 번의 안타, 한 번의 호수비, 한 차례의 작전이 승부를 갈랐듯, 현명한 선택과 단단한 팀워크는 그 자체로 큰 의미를 남겼다.
정치는 스포츠보다 훨씬 오랜 시간 우리 삶을 흔들어 놓는 승부다. 특히 내년 치러질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지역 일상을 책임질 인물을 선택하는 중대한 과정이다. 지방선거는 중앙무대에서 조명받는 정치보다 덜 주목받지만, 주민생활과는 가장 밀접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복지 서비스, 청년 지원, 교육 환경, 생활 인프라 확충 등 우리 일상의 속살에 닿는 정책은 대부분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회에서 결정된다. 즉,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내일이 달라진다.
하지만 훌륭한 제도도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의미를 잃는다. 야구 경기에서 편파적 판정이 있다면 누구도 그 경기를 인정하기 어렵듯, 선거 또한 정정당당함과 투명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후보자가 금품·향응을 제공해 표를 얻는다면 경쟁은 왜곡되고, 유권자의 올바른 선택은 방해받는다. 이러한 불공정은 결국 지역사회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고, 건강한 민주주의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를 막기 위해 공직선거법은 후보자(또는 후보자가 되려는자), 그 배우자 등이 선거구민에게 금품, 음식물 등을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명절인사에 얹은 선물, 경조사비 등 작은 호의처럼 보이는 것도 선거와 관련된 상황에서는 모두 기부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표심을 돈으로 얻는 행위가 용인된다면 선거는 진정한 “선택의 과정”이 아니라 “구매의 과정”이 되고 만다. 금전이 개입된 선거는 결국 공약이 아닌 인맥과 지갑 크기가 결과를 결정하게 하고, 이는 지역민 모두에게 불이익으로 되돌아온다.
유권자 또한 주인으로서 책임이 필요하다. 기부를 받는 것만으로도 위법이 될 수 있으며, 이러한 행위는 지역의 미래를 왜곡시키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작은 선물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은 결국 깨끗한 선거문화를 훼손한다. 야구 팬이 공정한 심판을 원하듯, 유권자는 후보자가 정책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선거를 만들어야 한다. 유권자의 태도가 바뀌면 후보자의 행동도 바뀐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한화 팬들은 승부의 세계가 변수가 많고, 작은 선택이 거대한 결과를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한 표는 작지만, 그 선택은 지역의 미래를 바꾼다. 야구에서는 감독과 선수들이 전략을 고민하지만, 선거에서는 유권자 한 명 한 명의 판단이 가장 큰 전략이다.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는 앞으로 4년 동안 우리 동네의 일상을 책임질 인물을 선택하는 중요한 순간이다. 우리가 책임감 있게 후보자의 정책, 지역 비전을 꼼꼼히 살펴보고 한 표를 행사할 때 비로소 우리 지역이 공정한 경쟁 속에서 발전할 수 있다.
공정한 규칙 아래 치러진 경기가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듯, 원칙과 신뢰가 자리한 선거는 지역 발전을 이끄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