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종지도(三從之道)와 칠거지악(七去之惡)의 오해

2025-11-06     박평선(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 박사)

 삼종지도(三從之道)은 ≪예기(禮記)≫와 ≪소학(小學)≫에 실려 있는 말로 “예전에 여자가 따라야 할 세 가지 도리가 있는데, 어려서는 아버지를, 결혼해서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후에는 자식을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칠거지악(七去之惡)은 “아내를 내쫓을 수 있는 이유가 되었던 일곱 가지 허물로  부모에게 불손함, 자식이 없음, 행실이 음탕함, 투기함, 몹쓸 병을 지님, 말이 지나치게 많음, 도둑질을 함 따위이다.”라고 우리나라 국립어학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려 있다.
 이 두 가지는 유교를 창시한 공자께서 직접 말씀하신 말로 현대 여성들에게는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온 내용이기도 하다. 내용을 자세히 보면 여성을 차별하고, 억압하며, 폄하(貶下)하는 이야기로 보인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렇게 배우고, 가르치며, 누구나 의심 없이 받아들였던 내용이다.
 그런데 최근 보은향교 명륜대학에서 ≪소학(小學)≫의 이 내용을 공부하다가 새로운 관점으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소학(小學)이라는 책은 공자 이후로 수천 년 동안 남자 어린이들이 8살이 되면 서당에서 공부했던 책이다. 
 이번에 밝혀낸 새로운 관점은 기존의 해석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찾아낸 것이다. 만약 이러한 관점이 세상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다면 그동안 공자와 유교에 대해 크게 오해했다는 것을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먼저 삼종지도(三從之道)를 기존과 달리 하나의 글자를 달리 해석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소학(小學)≫에서 “공자왈(孔子曰) 부인(婦人)은 복어인야(伏於人也)라”라는 내용의 해석을 기존의 학자들이 번역한 것을 보면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인은 사람에게 복종한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복(伏)”를 여성들이 복종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번에 찾아낸 새로운 해석은 이 “복(伏)”자를 ‘복종한다’는 의미로 번역하지 않고, ‘살핀다. 공경한다, 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그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따라서 “살필 복(伏)”자로 번역을 다시 한다면 “여성은 사람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어려서는 아버지의 보살핌을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의 보살핌을 따르고, 남편이 죽은 후에는 자식의 보살핌을 따른다.”고 해석된다. 
 공자는 인류의 4대 성인으로 추앙받는 분이다. 그리고 일생동안 “인(仁)”을 실천하신 분이다. 그러한 분이 여성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말을 하셨겠는가? 아마도 춘추시대의 혼란한 사회에서 나약했던 여성들을 잘 보살피라는 의미로 말씀하신 내용을 잘못 번역하여 현대인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칠거지악(七去之惡)에 대한 내용 역시 그렇다. ≪소학(小學)≫의 원문을 보면 “부유칠거(婦有七去)하니 불순부모거(不順父母去)하며 무자거(無子去)하며 음거(淫去)하며 투거(妬去)하며 유악질거(有惡疾去)하며 다언거(多言去)하며 절도거(竊盜去)니라”라고 되어 있다. 이것을 기존의 학자들은 “부인은 일곱 가지 내쫓김이 있으니,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으면 내쫓기며, 자식이 없으면 내쫓기며, 음란하면 내쫓기며, 질투하면 내쫓기며, 나쁜 질병이 있으면 내쫓기며, 말이 많으면 내쫓기며, 도둑질하면 내쫓긴다.”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 해석을 보면 여성들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내용으로 보인다. 그래서 아마도 “악(惡)”를 붙여서 내용에도 없는 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관점에서 보면 “거(去)”를 ‘내 쫓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떠나간다’는 의미로 바꾸면 전혀 다는 의미가 된다. 
 공자께서 하신 이 말씀은 남자들에게 했던 말이다. ≪소학(小學)≫책 역시 남자 어린아이들에게 가르친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글의 주어는 남편이고, “거(去)”의 주체는 여성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관점으로 새롭게 해석하면 “부인은 일곱 가지 떠나갈 수 있으니, (남편이)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으면 떠나기며, (남편이 부인을 사랑하지 않아) 자식이 없으면 떠나가며, 남편이 음란하면 떠나기며, 질투하면 떠나가며, 나쁜 질병이 있으면 떠나가며, 말이 많으면 떠나가며, 도둑질하면 떠나간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칠거지악(七去之惡)이 아니라 일곱 가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로 칠거지택(七去之擇)이 되어야 한다. 공자께서는 여성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뜻에서 하신 말씀이 아니라 오히려 삼종지도(三從之道)를 통해 여성들의 권익을 보호해주고, 칠거(七去)를 통해 여성들에게 일곱 가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주신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언제부터 누구에 의해서 오해가 생겼는지 모르겠으나, 그동안 공자와 유교를 오해했다면 지금부터라도 바로잡으면 그만이다. 이번의 새로운 해석을 통해서 우리의 조상들이 수천 년 동안 믿어왔던 공자와 유교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이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