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리 ‘북부매표소’ 경영악화로 10일부터 폐쇄
내북면 창리, 마로면 관기리 중간정류장 ‘시외버스 패스’
고객없고 노선에 없던 매표소
하지만 인근의 주민들은 불편
지난 22일 보은읍 교사리 북부매표소. 한 젊은 청년이 청주행 표를 사기 위해 평소 때처럼 무심코 무인 승차권 발매기에 카드를 쑥 집어넣었다. 그러나 무인 승차권 발매기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표는 고사하고 넣은 카드도 빠져나오지 않았다.
무인 승차권 발매기에 붙어 있던 안내문에도 불구하고 영문을 모르는 이 청년은 지나는 이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중년 남성이 한국말이 서투른 네팔 외국인이란 사실을 알고 자판기에 쓰여 있는 문의 전화번호로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 연결 후 보은시외버스터미널 대표가 달려와 자초지종을 얘기하고는 기계에 물려 빠리지 않던 카드를 빼내 젊은 청년에게 건넸다. 그리고는 자신이 몰고 온 승용차로 젊은 친구와 함께 보은시외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지난 10일부터 북부매표소 운영이 완전 중단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보은시외버스터미널 관계자는 북부매표소 폐쇄에 대해 “경영악화와 시외버스 이용 고객이 없어 10일 자로 폐쇄했다. 북부매표소는 시외버스 노선에도 없는 매표소였다. 문제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놓고 다툼이 생길 수도 있다. 그동안 이용해 주신 고객께 감사드린다”며 보은시외버스 정류장 이용을 당부했다.
승객 감소에는 농어촌버스의 무료 운행도 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농어촌버스의 무임운행이 취약계층의 교통권 보장이라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승객 감소에 따른 시외버스업체의 경영난, 버스노선 축소, 지역 형평성 문제, 지자체 재정 압박 등 부작용도 존재한다.
농어촌버스 무임승차제의 그늘
보은군 농어촌버스 무임승차제가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시외버스 구간 운영에도 변경을 가져왔다. 무료 승차제 이후 내북면 창리의 시외버스 정차 횟수가 줄어든 데 이어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완전 무정차 운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전-보은-관기-상주 간 구간의 관기도 무정차하고 있다. 이에 더해 시외버스 속리산 패스 얘기도 나온다.
한편으론 농어촌버스 무상 운행을 시행하면서 시외버스가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지난 7~8월 대전-옥천-보은-속리산 노선과 상주-보은-서울 노선 운행 ‘중단 또는 폐지’까지 언급되기도 했지만 실행에 이르진 않았다. 광역(시외)버스 노선을 관할하는 충북도는 금명간 공고를 통해 보은군 내북면 창리와 관기 중간정류장에 무정차한다는 내용의 노선 접수·인가를 알릴 예정이다.
버스 업계에 따르면 청주시 미원면까지, 또 옥천군까지 보은군 농어촌버스가 무료 운영됨에 따라 시외버스 승객이 많이 줄었다. 대신 보은군이 운영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해 옥천과 미원까지 나간 후 시외버스를 타는 경향이 많아졌다. 보은 농어촌버스 무료 운행으로 상대적으로 미원과 옥천 정류장 측이 좋아졌다고 말한다. 보은군 농어촌버스는 보은 주민뿐 아니라 외부인도 무료이다. 무료 운행을 하지 않는 청주·옥천과 무료 운행하는 보은 간 형평성 문제가 대두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군은 22일 북부매표소 폐쇄와 관련해 민원 제기 여부 물음에 1건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시외버스 무정차와 북부매표소 폐쇄로 버스터미널까지 10여 분을 걸어가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어 북부매표소가 계속 있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이라고 한다.
관계자는 “터미널 운영자로부터 2013년부터 꾸준하게 북부매표소를 폐쇄하고 중단하겠다는 요청이 계속 들어왔던 일”이라면서도 “터미널 업자와 시외버스 업체 간 노선 경유(북부매표소)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북부터미널이 운영·유지될 수 있도록 보은군이 예산을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확인은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외버스 업체들은 “보은 북부매표소를 경유하지 않는다”고 말한 상태라 북부매표소 재개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에 반해 보은에서 청주 가는 시외버스 구간의 변경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속리산-보은-창리-미원-분평동-충북대-청주 가는 버스 노선에서 기껏 1~2명 승차하는 창리를 경유할 게 아니라 새로 뚫린 국도 19호선 4차로를 이용하면 시간 절약, 요금 절약, 승객 없는 경유지를 통과하는 불만 해소 등의 편의가 따른다는 조언이다. 대신 창리 고객은 농어촌버스 이용해야 하지만 말이다. (관련기사 2022년 1월 13일 보도 참조)
보은시외버스터미널 측은 “창리를 경유하는 노선은 1970년대 정해진 노선”이라며 “청주에서 보은까지 4차선이 오래전 신설되었음에도 시외버스들이 이 도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창리를 경유하기 위해 꼬불꼬불하고 지루한 지방도로(2차선)를 다니고 있다. 승객들도 불만을 쏟아내곤 한다”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