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B와 D사이의 C이다

2025-09-25     박평선(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 박사)

 실존주의 철학자 사르트르(1905~1980)는 “인생은 B와 D사이에 C가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여기서 B는 탄생(Birth)을 의미하고, D는 죽음(Death)을 의미하며, C는 선택(Choice)를 의미한다. 인생이란 바로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만들어지는 존재라고 사르트르는 말했다. 인간은 태어나기 전에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 오직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모든 선택들이 모여서 나라는 존재를 이루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 그대 그때 내가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잘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라는 존재는 태어날 때 이미 정해진 것이 아니라 나의 선택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다. 
 실존주의 철학은 20세기 초에 등장한 철학 사조로 현실 세계에서는 언제나 실존하는 것이 본질적인 것을 앞선다고 생각하면서 현재 나의 선택이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가치기준이 되었다. 과거 신분제 사회에서는 자신의 인생이 신분에 따라 이미 결정되기 때문에 현실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제한적이지만 신분제 사회가 폐지된 근, 현대사회에서는 오로지 자신의 선택에 따라서 성공과 실패가 결정된다고 본 것이다. 이는 생물학에서도 다윈(1809~1882)의 유전학을 뒤집고 새롭게 후생유전학(epigenetics)이 등장하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모든 생물은 유기체의 특성을 다음 세대에 계속 물려준다고 하는데, 후생유전학에서는 어떤 유전인자가 존재하더라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암을 유발하는 DNA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평소에 관리를 잘하면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평소에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건강 상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꿀벌 실험을 통해 DNA에 메틸화 현상을 밝혀냈다. 꿀벌은 모두 여왕벌이 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런데 태어나서 대부분 며칠 동안만 로얄젤리를 먹으면 일벌이 되고, 계속 먹으면 여왕벌이 된다는 것이다. 똑같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지만 어떤 환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여왕벌이 되기도 하고, 일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암세포를 가진 사람도 적당한 운동과 음식을 조절하면 메틸화 현상이 일어나서 암세포 DNA의 작동을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의 순간에 한 번쯤 자신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생각해본다면 결코 사사롭게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온갖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서 잘못된 선택을 한다면 결국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 할 것이다. 그러나 순간순간 자신의 마음을 살피고 행동을 돌아보면서 수정해 나간다면 마음속의 악한 DNA도 메틸화 현상이 일어나서 작동을 멈추게 될 것이다. 예로부터 성현들께서는 선을 쌓으면 경사가 많아지고, 악을 쌓으면 재앙이 찾아온다고 하셨는데, 이러한 이치가 생물학적으로도 증명된 셈이다. 
 결국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수많은 선택을 하며 인생을 살아가기 마련인데, 구태여 수행(修行)이니 수도(修道)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스스로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행동을 올바르게 하는 방향으로 선택해 나간다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은 분명할 것이다. 삶을 안다면 그다음에 찾아오는 미래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는 높은 자살률과 저출산, 지방소멸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겪고 있다. 이 또한 우리가 선택한 결과이다. 지금부터라도 인간성을 회복하고, 아름다운 가풍을 만들어 가는 선택을 한다면 어떨까?  
 어떤 사람이 공자에게 죽음에 대해서 묻자, 공자께서는 “삶도 다 모르는데 어찌 죽음을 알겠는가?(논어 선진편 제11장 : 敢問死하노이다 曰 未知生이면 焉知死리오)”라고 하셨다. 사람들은 사후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종교를 믿는 경향이 있다. 샤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과 후생유전학의 관점, 또는 공자의 말처럼 살아있을 때 순간순간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자신의 미래나 사후 세계는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어떤 문제에 봉착해 있거나 미래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이런 질문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금 여기에서 당신이 선택하는 것들이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데 도움이 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