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의 현수막

2025-08-21     김인호 기자

 

최근 박덕흠 국회의원이 지역구에 내건 현수막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충북지역 더불어민주당 및 대학생위원회는 박 의원 측이 양곡관리법 본회의 통과를 축하하는 현수막을 매단 것에 대해 “농민기만하는 현수막 쇼를 중단해야 한다”며 박 의원의 정치적 책임과 사과를 요구했다. 일부 주민도 현수막을 보고 ‘위선적’이라며 찬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양곡관리법은 쌀 등 주요 곡물의 수급 안정을 위해 도입된 법안으로 생산 과잉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안은 윤석열 정부하에서 2023년과 2024년 두 차례 통과를 시도했지만 모두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무산됐다. 이후 올해 6월 대선 이후 다시 발의되어 지난 8월 4일 국회 본의회를 통과한 상태다. 참고로 국민의힘은 일관되게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당론으로 실천해 왔으며 그 기조는 최근까지도 유지됐다.
박 의원은 2023년 본회의와 재의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 토론자로 나선 이력도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023년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의 쌀 매입 의무화가 시행되면 밭농사에 비해 쌀농사가 크게 늘어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결국 쌀 매입에 대한 정부의 재정 부담이 늘어나고 쌀 이외 다른 작물과의 형평성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다 2025년 6월 9일 대선 직후에 양곡관리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모습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어 법안 통과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된다.
민주당 대학생위원회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2023년과 2025년 박덕흠은 다른 사람인가? 이제껏 농민을 위한 법안에 앞장서 반대해 왔으면서 정권이 교체되어 법안이 곧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자 숟가락을 얹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박 의원 측이 현수막을 내건 것에 대해 몰아세웠다. (지난주 보은신문 참조)
이후 보은에는 위(사진) 현수막이 추가됐다. 본회의 통과를 축하하는 박 의원의 것과 추가된 현수막의 차이가 뭔지 잘 모르겠다. 혹 ‘잘했지요, 칭찬해주세요’ 현수막에 이런 뜻이 함의된 건지. 궁극적으로 공히 군민의 마음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겠다 싶다.
표를 얻어야 하는 정치인이라면 정치 감각도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자기와 당을 위한 PR행위를 크게 나무랄 일도 아니다. 또 정치인들의 말 바꾸기 사례(공약 뒤집기,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등)는 허다하다. 균등한 잣대가 아니면 편향적이란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한번 잘못된 판단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소신도 상황에 따라서는 바꿀 수 있다. 오히려 고집 피우기보다 변경이 낫다. 다만, 박덕흠 의원의 경우 양곡관리법 법률안에 대해 입장을 선회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었더라면. 그래야 주민들이 잘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