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년…잔나비의 해

손오공과 같은 재치와 유머로 밝고 건강한 사회를…

1992-01-11     보은신문
임신년(壬申年) 원숭이의 해가 밝았다. 60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임신년에는 정치적, 문화적으로 많은 중요한 사건들이 일어났다. 세계사적으로 콜롬버스에 의해 서구에 미대륙이 알려진지 5백주년, 한국사에선 일본의 풍신수길에서 의해 임진왜란이 일어난지 4백주년이 되는 해이다.

또 1392년 태조 이성계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왕조를 개창한 해이기도 하다. 12지(支)의 아홉번째 동물인 원숭이(申)는 시작으로 오후 3시에서 5시, 방향으론 서남서, 달(月)로는 음력 7월을 나타낸다. 원숭이는 일명 잔나비로 불리는데 원래 신(申)자의 풀이 '납'에 어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작은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 '잔'과 접미사 '이'가 붙어 '잔납이 잔나비'가 된 것이다.

꾀많고 재주있는 동물인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동물로 포유류 영장목(靈長目)에 속한다. 몸길이는 70∼1백㎝ 내외, 몸 빛을 암갈색에 황색의 무늬가 있으며 얼굴과 볼기는 적색이고 입에는 먹이를 모으는 주머니가 있다. 전세계적으로 1백 86종이 있고 7천만년 전부터 지구상에 존재하여 왔다.

자식, 부부지간의 애정이 극진해 동양문화권에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원숭이는 특히 중국에서 건강, 성공을 수호하는 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믿어져 왔다. 우리나라 조형예술에 있어서도 도자기나 회화, 공예등에서 어렵지 않게 원숭이를 찾아낼 수 있다.

원숭이상(像)이나 조각, 그림은 삼국시대부터 무덤의 호석, 부도, 고분벽화, 석관 등에 나타나고 조선시대에 경복궁 근정전 숭실난간에서 익살스런 모습의 원숭이를 볼 수 있으며, 봉산탈춤이나 강령탈춤, 양주 별산대놀이 등에 등장하기도 한다.

또한 잘 알려진 청자원형연적은 21세기 전박작품으로 어미원숭이가 새끼를 가슴에 폭 감싸안은 형태로 새끼는 작은 손을 어미뺨과 가슴에 대고 있는 사랑스럽고 모성애가 엿보이는 작품이다. 이렇듯 불교미술품을 통해서 또는 문방구류에 등장된 원숭이는 인도 및 중국 등 외국과의 활발한 교류의 산물로 우리문화의 국제성을 알려주는 증좌이기도 한다. 그러나 원숭이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동국무원(東國無猿)이란 말에서 보듯 고대에는 원숭이가 없었으며 조선초 중국이나 일본에서 선물용으로 들어왔을 것이란 가설이 있을 뿐이다. 원숭이에 관한 상징이 인도처럼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이를테면 '잔나비 밥 짓듯 한다'라든가 '잔나비 잔치다'등의 속담은 경솔하다든가 남을 흉내낸다는 뜻으로 중국 고사성어의 '조삼모사(朝三暮四)' 같은 실수나 간사한 꾀 등의 부정적인 의미도 짙다. 이처럼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나 1992년 원숭이의 해를 맞아 서유기의 손오공과 같은 재치와 익살로 새해에는 우리모두 따뜻한 정을 나누며 밝고 건강한 사회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