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애(母性愛)의 가치

2025-06-05     박평선(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 박사)

 어머니들은 어린아이가 울 때, 배가 고파서 우는지, 몸이 아파서 우는지, 잠이 와서 우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초능력이 있어서도 아니고, 어떤 특별한 기능이 있어서도 아니다. 인간이면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슴속에 내재 되어 있는 본성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유교경전 중의 하나인 <대학>이라는 책에는 “자식 기르는 것을 배운 뒤에 시집가는 자가 있지 않다.”(未有學養子而后嫁者也니라) 하였는데, 이는 마음에 진실로 구하면 비록 꼭 맞지는 않으나 멀지 않을 것이다(心誠求之면 雖不中이나 不遠矣)라고 하여 처녀가 아이를 길러보지 않고도 시집가서 자식을 낳아 잘 기를 수 있는 것은 바로 가슴속에 모성애가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모성애만큼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마음도 없을 것이다. 이것을 종교적인 관점으로 보면 아마도 하나님이나 부처님의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는 이러한 모성애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모성애가 사라져가는 이유 중에 하나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방법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어머니가 모유를 수유하는 행동은 단순히 배고품을 해결해주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관계 형성에 필요한 요소들이 내포되어 있다. 모유를 수유하는 과정에서도 어머니와 아이는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어머니들 중에는 일부러 모유를 수유하기 보다는 그렇지 않은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모성애가 있는 사람은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게 나타난다. 가볍게는 물건 하나를 주고받을 때도 상대방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형식적으로 하게 된다. 그러한 사람이 지도자의 위치에 있게 되면 법과 규정만을 내세워 인간관계를 어렵게 만들곤 한다. 모성애는 단순히 자녀에 대한 사랑을 넘어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행동은 타인의 감정이나 입장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행위이다. 또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파하는 것을 보고도 왜 아파하는지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또 어떤 단체의 대표가 회원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자기 멋대로 갑질을 하는 경우도 있고, 국가의 지도자들이 자신의 안위에 사로잡혀 국민들의 감정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기도 한다. 이것들은 모두 누구나 가슴속에 내재 되어 있는 모성애가 자기중심적인 사고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모성애가 있는 사람이라면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전화를 하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을 것이고,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파하면 금방 알아차릴 것이며, 국민들의 고통 또한 잘 알아서 좋은 정책을 수립하게 될 것이다. 지금 어디선가 소통이 안 되고,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면 모성애를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다. 모성애는 비단 여성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성들의 모성애는 인간의 본성이 잘 발현된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은 모든 인간에게는 타인의 마음을 감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것을 맹자(孟子)는 양지(良知)와 양능(良能)이라고 표현했다. 양지란 배우지 않아도 아는 능력이고, 양능이란 배우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어린아이가 부모를 좋아하는 마음,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은 배워서 하는 것이 아니다. 꽃을 좋아하는 마음, 착한 행동을 보면 감동을 느끼는 마음은 저절로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지 미리 생각을 하거나 연습을 해서 나오는 마음이 아니다. 
 이제 우리는 많은 사회적 갈등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해결 방안을 모성애에서 찾을 수 있다. 누구나 가슴속에 내재되어 있는 모성애를 일깨우면 상대에게 묻지 않아도 상대가 아파서 우는지, 배가 고파서 우는지, 잠이 와서 우는지를 알아차리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상대에 대한 배려심이 자연히 일어날 것이다. 먼저 모성애를 일깨운 사람이 상대를 배려해주면 상대도 금방 알아차리고 응대해 줄 것이다. 마치 자신의 아픔을 알아차리고 젖을 먹이는 어머니를 보고 방긋 웃는 어린아이처럼 말이다.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의 가슴속에 있는 모성애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제 제21대 대선이 끝났다.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국민들이 국가로부터 모성애를 느낄 수 있도록 새 정부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만약 국민들이 국가로부터 모성애를 느끼지 못한다면 어린아이가 불안함을 느끼듯이 국민들 역시 불안을 느낄 것이다. 
 따라서 이재명 대통령께서는 적어도 국민들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는 모성애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대통령의 모성애가 국민들 각자의 모성애를 일깨워서 ‘국민이 행복한’ 진짜 대한민국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그러면 진실로 소통하는 대통령, 배려 깊은 대통령의 이미지로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