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경창으로 즐기는 풍류의 멋
시우회를 찾아서
1991-12-28 보은신문
바로 보은의 살아있는 건강한 정신으로 이 시대가 보지 못하는 마음의 창을 열고 있는 시우회-그저 늙은이들이 청승 떨며서 읊조리는 삶의 푸념이라 하찮게 생각하는 일부 소인배들의 가벼운 인식을 일소한다. 옛 고유의 문화를 될사리려 어떤 신명에 젖어 명맥을 유지, 박자에 맞춘 집고(장구치는 사람)의 신명 풀이와 시조 경창의 영혼이 맞물려 어우러지는 일대의 장관-풍류의 멋은 바로 이런 것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시우회(회장 송병순)는 30여명의 회원으로 1960년대 우리의 전통 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조직된 시조 경창 동호회로 매월 25일 정기 월례회를 갖는다.
회원들의 연령은 60세에서 83세까지로, 월례회때 건강상의 이유로 30여명 중 절반 가량이 참석을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움을 던져주고 있다고. 시우회는 오늘도 구석진 식당가를 전전하며 자식들에게 얻은 용돈으로 회비를 내어 보리밥에 막걸리도 한 잔 씩 마시면서 돋보기 너머로 악보를 뒤적이며 5박, 8박의 시조를 읊조린다. 나이탓인지 거동이 그리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옛 선비의 풍류를 음미하며 시조를 경창할 때가 만년에 엮어가는 최고의 행복이라고 회원들은 말한다.
흥행있는 볼거리에 더 흥미를 느끼는 대부분의 현대인들은, 고고히 울려 퍼져 깊은 내면에서 용솟듯 뿜어 올리는 시조 경창 소리의 은근함과 충만함을 알지 못한다. 우리 고유의 문화 예술사업의 계승 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선비다운 바른 자제로 시조 창을 부르는 시우회 회원들은, 집고가 흥을 돋구는 가운데 잊어버리고 비리와 결탁하지도 낮는 속 시원한 신명 풀이의 한마당을 가지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 이것이 곧 장수하는 비결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시조 경창을 보다 널리 보급하고 우리 고유의 문화 예술 사업을 발전시키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그들은 시조 창이 좋아서 서로 만나 교류도 하고 교육도 받는 열성파이다. 이번 겨울동안 전국 시조 경차 심사위원인 우리 고장 출신 정원철씨의 가르침을 받으며 오늘도 분주한 일과를 보내는 시우회 회원들은, 식당가를 맴돌며 그들만의 공간도 없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는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긍지와 자부심으로 모임에 임한다.
시우회가 일년에 한번 갖는 큰 생사는 매년 속리축전 기간에 행해지는 시조 경창 대회인데 이때가 회원들에겐 가장 신명나는 때라고 한다. 시조 경창 동호인들의 가장 큰 소망은 우리 고장 보은에 시조 창을 사랑하는 이들의 공간인 시조 회관이 건립되는 것과 시조 경창 전국 대회를 유치하는 것인데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옛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옹기종기 모여 오늘도 구슬땀을 흘리는 시우회 회원들의 모습이 돌아서는 기자의 눈데 커다란 모습으로 투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