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합심…기계화·과학영농 박차

단위당 쌀 수확 도내 최우수마을-삼승면 천남리

1991-12-21     보은신문
쌀수입 개방 전면 반대를 위한 전국 농민들의 움직임과 팽배된 불신감, 추곡수매가와 수매량에 대한 불만, 하나 둘 짐을 싸 도시로 이주하는 이웃을 보며 농업소득의 상대적인 저하로 영농의욕이 상실된 지는 이미 오래이다. 하지만, 일손을 놓고 앉아 하늘만 바라볼 수만은 없고 오늘의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 개선하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 농민의 입장이다.

보은읍에서 영동방면 남쪽으로 약 12.6㎞ 덜어져 금적산이 보이며 마을 앞으로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고 마을 뒤쪽으로는 야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는 전형적인 농촌 마을-삼승면 천남리. 옛부터 벼농사 중심의 영농을 하여 왔던 천남리는 올해 도내에서 제일 가는 쌀 단위당 수확량을 자랑, 좋은 작황을 이루기까지 주민들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했다. 천남리는 주로 답작지대로서 농가소득을 주로 벼농사에만 의존하는 형편이었는데, 그나마 장마철에 비만 조금 왔다 하면 하천이 범람, 농경지가 침수되기 일쑤여서 낮은 수확량을 면치 못했었다.

이에 마을주민들은 어차피 농가소득을 벼농사에만 의존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단위당 수량증대와 영농비를 절감한 논 이용의 극대화에 있다는 것을 알고 89년 하반기 농토배양을 실시, 34㏊중 8.1㏊에 객토를 실시하고, 트랙터 이용 깊이 갈이 전면 실시와 우량볍씨 확보를 위해 보급종 8백20㎏을 공급, 사용 교환토록 했다. 또한 기계화 대규모영농단을 구성하고 이앙기, 트랙터, 콤바인, 건조기를 각각 1대씩 구입, 완전한 기계화 영농 부락이 되었다. 이에 지난 90년부터는 쌀 과학영농단지(회장 전병화)로 선정되어 논 34㏊의 80% 이상을 기계로 이앙하였는데 공동 육묘장으로 대형하우스를 설치, 공동육묘에 힘썼고 5월10일부터 이앙을 시작, 5월31일까지 완료해 시한영농 추진에 노력하였다.

또한, 벼 병충해 방제에 있어서 보유하고 있는 동력분무기 6대로 공동방제단을 활용, 자체예찰 및 적기방제에 힘써 공동방제를 실시 병충해 발생으로 인한 피해를 줄여갔다. 이어 올해에는 전년도의 추수기 잦은 강우로 수확 및 조제에 어려웠던 점을 거울삼아, 콤바인을 활용 조기 수확을 완료하고, 건조기와 개량곳간을 활용 조기 건조로 수확기의 간접 소득증대에 이바지하였다. 이에따라 올해 단보당 7백㎏이 높은 수확량을 올렸으며 추청벼(일반벼 일종)를 품종으로 하여 미질이 좋기 때문에 가격이 높고 소비자가 많이 선호하고 있다.

천남리가 이렇게 최다 수확도 최우수마을로 선정되기 까지에는 마을 주민의 노력이 근간을 이루었지만 소득증대를 위하여 모범적인 활동을 해온 쌀 과학영농단지 전병화 회장의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 4-H회장, 청년회장, 작목 반장, 새마을지도자, 마을 이장 등을 역임하면서 '90년도부터 쌀 과학영농단지 회장직을 맡아 쌀 단위당 수량증대와 소득사업에 총력을 경주, 올해 풍년농사를 이룩하는데 기여하였다. 전병화 회장은 부락민의 소득향상을 위해 양질의 일반벼를 확대 재배시켜 식량의 안정적 생산을 도모하고 영농기계화를 이해 경지정리를 주선하였다.

또한 지난 77년부터 새마을영농 기술자 협회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각종 교육과 선진지 견학 등에서 익힌 지식을 남김없이 농민에게 되돌려 주는 새마을영농의 기수로 발돋움하였으며 매일 빠짐없이 쓰고 있는 영농일지를 통해 과학 영농을 실현해왔다. 지금, 천남리 주민들은 경지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2모작 작목인 보리, 마늘, 감자, 사료 작물, 시설채소 등을 파종하고 나머지 땅은 객토와 퇴구비, 볏짚깔기를 실시하는 등 내년에도 풍년농사를 실현키 위해 귀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추수를 하여 곳간을 가득 채워놓으면 마음이 더없이 풍족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쌓여있는 쌀가마가 등을 내리누르는 것 같다."는 한 주민의 푸념처럼 마냥 풍작을 즐기기엔 넘어야할 높은 산이 많다. 추곡수매가와 수매량에 따른 일련의 문제들, UR협상과 쌀 수입개방, 인건비 조차 건지지 못하는 과다한 영농비……. 한탄만을 하고, 신뢰성을 이미 잃어버린 정부를 탓하며 주저앉기엔 아직 이르다. 현실을 적시하고 우리 농업이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농민 스스로가 모색해야 할 것이다.

UR협상에 대비하여 지역조건에 맞는 새로운 소득작목을 개발하고, 재배생산한 농산물을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판로 개척 등을 스스로 연구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정책 입안자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 앞에서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어야 우리 농민의 살 길이 열린다. 천남리 주민들이 지금까지의 과학영농에 만족치 안고 좀더 높은 고소득 작목 연구에 다시 한번 잠재력을 발휘할 것을 기대해마지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