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안정화에 대한 제언
우리나라 농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쌀 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급속한 고령화, 농촌 인구의 지속적 감소, 수요보다 과잉된 공급 구조 속에서 쌀값의 불안정성이 농가 소득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반복된 쌀값 폭락 사태는 농업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쌀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한 위기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일본은 약 20년 전인 2005년경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며 농촌의 구조적 한계를 겪기 시작했다. 특히 쌀 농업 분야는 쌀값 하락과 농업 경영주들의 고령화가 겹치면서 휴경·폐경 농지가 급증했다. 이는 단순히 생산량의 문제를 넘어 경작 가능한 농지 자체의 절대 부족현상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식량 생산 능력의 붕괴로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 2~3년 사이 일본에서 발생한 폭염, 태풍, 이상강우 등 자연재해는 쌀 농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더욱 증폭시켰다. 그 결과, 쌀 생산량은 급감했고 쌀값은 폭등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일본은 식량 수급 불안과 함께 소비자 물가 상승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는 우리에게 식량 안보와 물가 안정 모두가 쌀 산업과 직결된 문제임을 경고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필자 역시 쌀값 불안정 문제의 구조적 위험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있었다. 제12대 충청북도의회 전반기 산업경제위원회 위원장 재직 당시인 2022년, 쌀값 안정화를 위한 대정부 건의안을 발표하며, 공공비축미 매입 확대, 타작물 재배 국비지원 부활, 쌀 적정 생산 유도를 위한 실질적인 정책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정책적 진전은 미미했고, 농민들의 경영 불안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일본처럼 생산 기반이 붕괴되기 전에, 보다 강력하고 실질적인 국가 전략이 시급하다.
쌀값 안정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단순한 가격 방어에 그치지 않는다. 농가의 삶, 시장의 균형, 국가의 식량 전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쌀값이 안정되면 농가 소득이 보장되고 경영 여건이 크게 개선된다. 가격 변동성이 줄어들면 농민은 경작을 포기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생산을 이어갈 수 있으며, 중장기적인 농업 투자와 후계농 육성도 가능해진다. 이는 농촌의 지속 가능성과 공동체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한, 정부의 적절한 정책 개입은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쌀값 폭락을 사전에 방지하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비축미 확대, 수급조절을 위한 직불제 등 생산 조절 정책을 통해 공급 과잉을 완화하면 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신뢰도 함께 확보할 수 있다.
나아가 쌀 산업의 안정은 단지 농업 문제를 넘어 국가 식량안보를 지키는 전략적 과제다. 쌀은 위기 상황에서도 자급 가능한 핵심 곡물로, 그 생산 기반이 유지되어야 국민의 생존과 국가의 안보가 동시에 지켜질 수 있다. 기후위기와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지금, 식량 주권 확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책무다.
쌀값 안정은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지키고 식량안보를 확보하는 전략적 과제다. 일본처럼 생산 기반 붕괴와 가격 불안을 겪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농민의 삶과 국민의 식탁을 지키는 일, 그것이 바로 쌀값 안정화의 진짜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