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 교육의 현주소
군내 전문대학 유치는 교육문제 해결의 관건
1991-12-14 송진선
그래서 학부모들의 관심도 '우리집 아이가 어느 고등학교에 입학해 어떻게 공부를 해서 어느 대학에 입학해야 한다'는 것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학제와 학부모의 관심에 비추어 볼 때, 현재 보은군의 교육현실은 사실상 학부모는 물론 학생들을 결코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데, 11월 8일 92년 고입 원서접수결과가 이같은 사실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올해 고입 지원 상황을 보면 군내 소재의 4개 고등학교 중 보은고등학교는 2백94명 모집 정원에 1백 63명이 지원, 절반에 가까운 1백31명의 미달사태를 보였는데 이는 근래 몇 년동안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보은여고는 1백47명 모집에 1백50명이 지원, 그나마 체면 유지를 한 셈이고 작년까지만 해도 지원자가 많았던 보은상고도 올해는 2백45명 모집에 2백28명이 응시, 미달사태가 발생했으며, 보은농공고도 2백45명 모집에 1백65명이 응시, 80명이 미달되었다.
농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응시생도 급격히 줄자, 그동안 보은농공고등학교는 공과 신설을 적극 추진, 화공과를 신설하여 작년에 축산과, 농과가 미달인데 반해 화공과는 예외적으로 정원보다 응시자가 많았으나, 올해는 농과는 물론 화공과 역시 정원에 크게 미달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현재 보은의 교육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 해도과언이 아닌 이러한 사실은 그동안 지역주민들이 벌인 내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이 구호에 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역유지 및 주민들이 추진하고 있는 내고장 학교 보내기 운동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학생들의 도시진출은 계속 늘어나고만 있는 것이다. 내고장 학교를 살려야 한다며 내고장 하교 보내기 운동을 거론하고 있는 지역유지들이 자신들의 자녀는 도시학교에 입학시키고 입으로만 떠든다고 비난하는 주민들도 있지만, 보은보다 좋은 교육환경을 갖춘 도시학교에 보내야만 보다 나은 미래를 보장받을 있을 것이라는 압박감을 거의 모든 주민들이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전출은 대부분 국민학교 4∼5학년 대부터 시작되고 있는데, 실제로 한해도안 읍소재의 삼산국민학교와 동광국민학교에서 전출하는 학생수가 1백여명에 이르고, 이에 따라 보은중학교 입학생 수도 1학급 이상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같은 사실은 도시지역의 학교로 보내 그들과의 경쟁으로 실력을 쌓아 대학에 입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학부모들의 자위책으로, 보은을 떠나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전출의 가장 큰 이유를 아이들의 교육 문제로 꼽고 있다.
더구나 자녀교육에 관심이 많은 주민들은 학생들의 도시 학교 전학을 위해 위장 전출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할 뿐만 아니라 사업장은 여전히 보은에 두고 생활근거지 만을 옮겨 돈은 보은에서 벌고 소비는 도시에서 하고 있어 지역경제를 위축시키는 데에도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외지 진학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고 타지역의 우수한 학생들까지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군 교육의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80년 인구 10만명에서 91년 인구 5만여명으로 50%가 감소한 것은 이농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이를 더욱 부추긴 것은 아이들의 학교 문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우리군의 지역발전을 염려하는 주민들은 보은군의 교육 현실을 직시하고 개선을 위한 대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과거 입학시험이 시행되었을 때 수재들이 많이 모였던 대전고등학교와 청주고등학교에 많은 입학생을 낸 바있는 보은중학교가 이제는 구내 타 중학교에도 뒤질 뿐만 아니라 충북 전체 중학교 중에서도 최하위 그룹에 속한다는 것은 뼈아픈 사실이다. 이것은 국민학교 때부터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원인도 작용했지만 학교에서도 보은중학교의 명성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주민들은 지적한다.
주민들은 군내 대부분의 중·고교가 남녀공학이고 보은읍의 경우 국교와 고교가 남년 공학으로 운영되고 있는 점을 감안, 보은읍 남녀 중학생들이 서로 경쟁해 실력을 쌓도록 하는 획기적인 제도 개편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구 겨우 5만명을 유지하고 있는 군에 고등학교의 수가 너무 많아, 인문계인 보은고등학교와 보은여고, 실업계인 보은상고와 보은농공고로 되어 있는 4개 고등학교 역시 통합 조정되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달사태를 보이고 있는데도 굳이 보은고등학교와 보은여고, 보은상고와 보은농공고를 그대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보은고등학교와 보은여고를 통합하고 보은상고와 보은농공고를 통합, 실업계 종합 고등학교로 운영하면 미달사태도 막을 수 있고, 더욱 중요한 것은 학교운영에 따르는 국고낭비를 막으며, 교사 등 고급인력을 적재적소(適在適所)에 배치함으로써 전체적으로 볼 때 국가를 발전시키는 최소한의 효과도 기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외에 보은고등학교의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보은고등학교는 우수한 학생들의 입학과 우수한 교사들의 지도로 일류대하고 하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은 물론 지방 국립대, 사립대 등에 충분한 실력으로 입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의 보은고등학교는 대학 진학률이 극히 저조해 사실상 껍데기만 고등학교라는 험담도 서슴치 않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우수한 학생은 부족하고, 실력이 모자라 갈데가 없는 학생들이 많은 보은고등학교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기도 하다. 따라서 보은고등학교 재단 이사장은 과감한 투자로 우수한 학생을 유치해 도시로의 유출학생을 막는 획기적인 방안이 나와 보은고등학교를 정예화시켜야 한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러한 것이 실현될 수 없을 때에는 재단 이사장의 용기있는 결단 아래 최선의 방법을 강구,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와 같이 국민학교때부터 전학을 막고 중·고등학교를 정예화시켜 실력이 좋은 학생들을 타 시도 전문대로 뺏기지 말고 보은에 전문대학을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8월 교육부가 오는 2천년대까지 농촌발전의 일환으로써 전국 시·도 기존 농업계 고교를 전무대로 승격시킨다는 방침을 세웠는데, 충북에서는 전문대 승격 가능지역을 살펴 보은농공고등학교가 가장 적합한 것으로 판정돼 군내 교육관계자와 지역주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따라서 보은농공고등학교 동문들은 지난 제14회 정기총회 때 고급영농인을 육성해 농·공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대학의 유치 추진 결의문을 채택하고 지역주민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전문대 유치를 위한 운동을 벌여나갈 것을 결의한 바 있다. 또한 지역 주민들도 비싼 하숙비를 들여가며 타지에서의 교육을 받기보다는 전문대가 유치되면 타지역 학생들도 확보되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많은 도움을 줄 것이고, 농·공·실업 전문대가 유치되어 효율적인 농공업 정책으로 선진농업을 담당할 고급 농촌인력을 양성하고 농촌 지역 우수한 학생들의 도시집중을 억제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선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한 교사는 "교육은 지역을 일으키고 나라를 일으키는 지주"라고 말하고 "우리 이웃인 옥천은 우수한 학생들이 대도시 학교로 전출하기 보다는 지역학교에 입학함으로써 옥천 교육을 활성화시켜 옥천고등학교를 명문고로 성장시켰다."고 말하면서 보은은 교육의 침체되어 학교 교육 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보은의 학교 교육을 발전시키기 위해, 개선해야 할 것은 과감히 개혁해 중학교, 고등학교를 통합 조정하는 등 대 수술이 필요하고 지역 주민들도 함께 우리 고장의 학교를 살리겠다는 일체감이 조성되어야 한다는 것이 일선 교사들은 물론 지역 주민들을 공통된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