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내 미혼남성 미혼여성의 12배

전체 미혼남녀 3백6명중 2백82명이 남자

1991-11-30     보은신문
농촌 총각의 결혼문제가 해를 거듭할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어 커다란 문제가 되고 있다. 91년 3월말 기준으로 군내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농촌 미혼남녀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25세 이상의 전체 미혼남녀는 모두 3백6명으로 이중 미혼 여성은 24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2백82명이 모두 미혼남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수치는 농촌 총각 12명에 처녀가 1명꼴로서 농촌 출신 총각들의 결혼난이 심각함을 대변하는 실례(實例)가 아닐 수 없다. 이같은 현상은 농촌 지역의 주거 환경 및 문화 복지시설이 도시 지역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데다 소득도 낮아 대부분의 여성들이 농촌을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농촌 총각이 장가들기 어렵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지만 계속 방치해 둘 경우 농촌 인력구조 단절과 괴리 현상으로 자칫하면 사회의 큰 문제를 유발하기 때문에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 또한 지금의 현실이다.

새마을운동, 농촌 정주권 개발사업 추진으로 농촌 생활환경이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농촌은 문화·교육·생활 편의 등에서 도시에 비해 뒤떨어지고 있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이농이 심해지고 좋은 조건의 직업과 배우자를 찾아 도시로 빠져나가는 미혼여성이 증가하는 반면, 물려받은 땅을 지키고 일구기 위해 농촌에 남은 미혼남성들은 배필을 구하지 못해 실의(失意)를 더해가고 있다. 한마디로 '일하지 않고 편하게 살자'는 노동 경시 풍조가 팽배해짐으로써 돈벌이가 손쉬운 서비스업종에 미혼여성들이 몰리면서 뜻있는 농촌총각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어려운 농촌의 현실에서 영농 규모가 작은 농가의 미혼남성들은 그야말로 미혼여성들 사이에서 별 볼 일이 없는 부류로 취급받고 있고, 이들보다 비교적 생활여건이 나은 영농 후계자들 역시 장가들기가 어려운 것은 매일반이다. 농촌에 뿌리를 박도 살게 되는 영농후계자들은 더욱 일을 많이 해야 하고 또 도시로 나가 살 생각도 안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을 미혼여성들이 갖고 있는 것이다.

군내에 거주하는 박모양(22)의 경우 "오늘의 농촌이 과거보다 생활 환경이 나아진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아직도 비위생적인 주거환경, 뒤떨어진 교육시설 등 당장 생활의 불편에다 힘든 농사일을 해야 하는 등 농촌으로 시집갈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박양과 같은 생각을 하는 미혼여성들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농촌총각과 사귀다가도 결혼얘기만 나오면 절교하는 경우도 허다한 지금, 농촌 출신의 미혼여성들이 더욱 강하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한편 군내에서는 혼기를 놓친 농촌 총각들이 실의에 빠져 비관하다 심지어 목숨을 끊는 사례도 발생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농촌 총각의 결혼난이 심화됨에 따라 군에서는 농촌 총각 짝짓기 운동을 펴고 있으나 그 결실은 노력에 비해 너무 미약하다는 지적이다.

농협을 통한 결혼 상담소를 설치 운영하면서 농촌 총각·처녀의 건강한 만남의 시간을 마련하는가 하면 11개 읍면 사무소에 설치된 농촌 총각 결혼 추진협의회를 구성하여 농촌 총각 결혼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해주고, 경제적 여유가 없어 결혼을 못한 남녀에게 합동 결혼식을 주선해 주는 등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특히, 군 가정복지과 부녀복지계에서는 농촌 총각 결혼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홍보, 청주 공단내 산업체 여성 근로자에게 농촌 복지 시책 및 농촌에서의 행복한 결혼 생활에 대한 설명회를 갖는 등 결혼 주선에 노력하고 있지만 별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대 여성들의 '농사만은 안 짓겠다'는 농촌을 기피하는 사회 병리 현상은 현대사회의 가치관 혼란으로 빚어진 무분별한 의식의 퇴폐성 및 노동 경시 풍조 만연과 함께 이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 하겠다. 군의 관계자는 "농촌 거주 미혼여성의수가 미혼남성에 비해 이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은 대부분 여성의 농촌 기피 현상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며 "이 문제는 농촌 경제가 부흥되기 전까지는 당분간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농촌이 도시 못지않게 살기 좋은 터전으로 제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 등에서 획기적인 지원을 해줘 안락한 생활 공간을 마련할 때 농촌 총각의 결혼난은 해소될 것이다. 또한 미혼여성을 비롯한 모든 현대인의 의식속에서 물질만능주의와 황폐화된 이기주의가 척결되어 질 때, 진정 풍요롭고 활기찬 농촌은 이룩될 것이며 농산물 수입개방이라는 지금의 난제도 더욱 적극적인 대응으로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