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른 국민의 선택

2025-03-20     박평선(성균관대학교 유교철학 박사)

 나는 지난 30여 년 전에 천문학을 배운 적이 있다. 조선 세종 때 수학자 이순지(李純之)가 쓴 <천문유초(天文類抄)>라는 책을 1년 동안 배운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선생님께서는 “진정으로 천문을 알려고 하면 대낮에 방에서 별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회 현상들을 보면서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이제는 조금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천문에서는 임금의 별자리가 심각하게 위태롭고, 신하의 별자리가 양분되어 다투는 형상이다. 백성에 해당하는 별자리는 갈팡질팡하며 아우성치는 천문의 변화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중심을 잡는 일이다. 유교정전의 하나인 <중용(中庸)>에서는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는 상태를 중(中)이다(中者는 不偏不倚無過不及之名이다)고 말하고 있다. 마음에 항상 중심을 잡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오직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중심을 잡는다는 것은 밥 먹을 때 밥을 먹고, 공부할 때 공부하고, 놀 때 노는 그런 중심이 아니다. 그보다 더 깊은 인간의 내면을 말한다. 철학적으로는 ”천명(天命)에 따라 부여받은 인간의 착한 본성(本性)“이라고 한다. 즉 밥 먹을 때도 본성에 합당하게 하고, 공부할 때도 본성에 합당하게 하고, 놀 때도 본성에 합당하게 하라는 의미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대통령의 운명이 결정되는 중차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결정은 국가의 운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각되든, 인용되든 사회적인 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정도로 극한의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보면서 천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실제로 그러한 천문의 현상도 보게 되었다. 그러나 이번의 고비를 무난하게 넘기기만 한다면 우리의 밝은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는 의연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공자(孔子)께서는 “군자는 중용을 하지만, 소인은 중용과 반대로 한다.(仲尼曰 君子는 中庸이요 小人은 反中庸이니라)”하였다. 여기서 군자는 인간의 선한 본성을 실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다. 그래서 항상 중용에 처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소인은 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려고 온갖 권모술수로 수고롭게 애쓰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기보다는 상황에 따라 이익을 따르고, 배신하고, 비난하기 때문에 중용과 반대로 하게 된다. 
 그래서 백성들이 군자와 같은 지도자를 만나게 되면 태평시대를 만나게 되지만 소인과 같은 지도자를 만나면 서로 헐뜯고 싸워서 사회가 혼란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가 대통령의 계엄선포로 촉발된 정치적 갈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헌번재판소의 탄핵 결정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지난 주말에는 1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광화문 네거리에 탄핵 찬반 집회에 참석하여 거리를 가득 채웠다. 
 그런데 언론보도를 통해서 지켜보면서 그들 중에는 어떤 선전 선동에 이끌려 나온 분들도 있어 보인다. 명목은 대한민국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자신의 이해득실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을 해칠 뿐만 아니라 나라도 위태롭게 만든다.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여당을 지지 할 수도 있고, 야당을 지지할 수도 있다. 건전한 사회일수록 그러한 자유가 보장된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은 생계에 메어있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 쉽지 않다. 하루를 벌어야 하루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람들을 바로 백성(百姓)이라 부른다. 그런데 백성(百姓)이 백성(白姓)으로도 부르는데, 그 이유는 우리가 항상 흰옷을 즐겨 입은 백의민족의 후손이기 때문이다. 흰옷은 어느 색깔을 입히느냐에 따라 쉽게 물이 든다. 붉은색을 칠하면 붉어지고, 파란색을 칠하면 파래진다. 
 그러나 군자의 마음처럼 잘 코팅된 백성은 어떤 색깔로도 물들지 않는다. 바로 중심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은 쉽게 선동되지 않는 진정한 백의민족의 후손이다. 그렇지 않고 만약 누군가 선전 선동에 빠졌다면 그 사람은 이미 물든 소인배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소인배였어도 괜찮다. 
 지금부터라도 깊이 반성하고 백의민족의 마음을 되찾으면 된다. 백의민족의 정신으로 중심을 잡는 백성이 많으면 양쪽에서 아무리 흔들어대도 이 나라는 안전할 것이다. 이제 국민 모두가 헌법재판소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지든 결정에 승복하고, 흔들림 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일상의 평온을 깨트리지 않고, 대한민국의 성숙한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선택을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