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두새벽에 문을 열다

2025-01-02     김종례(문학인)

 올해는 댓살 창문에 여명이 밝아오는 환상적인 벽화를 바라보며, 새해 새 아침을 맞이하는 행운을 얻었다. 벽두여명이 밝아오는 찬란한 순간과 잠이 깨버린 찰나의 시간이 딱 맞아떨어진 아침이었다. 댓살창을 스쳐가던 바람소리가 아는체하자며, 창문을 두드리는 추임새도 반갑다. 새 희망의 깃발을 세우라고 새 소망의 불씨를 피우라고 불어오는 바람인 듯 싶어, 햇살 불그레한 댓살창을 활짝 열었다. 굳게 닫혀있던 마음의 빗장문을 열어제치고 우주의 섭리를 한아름 받아들이듯~  느닷없이 안겨오는 차가운 바람의 나래에 걸어왔던 길 실려 보내고, 이 한해 걸어갈 발자국에 새 소망을 걸어본다. 오늘은 다시 어제가 될 것이고 내일은 다시 오늘이 될 시점에서,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지금 이 순간 뿐이리라. 혼란스러웠던 과거에 너무 집착하지도 말고, 안개 속 같은 미래에도 혹여 하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새해 아침에는 깨달음의 문까지 활짝 열어제치고, 온 우주를 덮고 있는 신성한 빛이 우리 안에 가득하기만을~ 이 나라 이 땅에 증오 대신 소통이, 혼란 대신 평화가, 갈등 대신에 화합의 물결이 밀려오기만을 기원해 볼 일이다. 
  서서히 밝아오는 새 빛 찬란한 이 창문에 비유되는 것이 인간내면 깨달음의 문일 것이다. 깨달았다는 것은 영혼이 열렸다는 것일 터이고, 깨닫지 못했다는 것은 막히고 닫혔다는 뜻일 것이다. 마음이 열렸는지 닫혔는지에 따라서 삶의 지평선은 결정되며, 한 인생길에 새로운 조화의 바람이 불게 마련이다. 나도 마음의 문을 닫은 채 깨달음을 배제함으로써, 힘겨운 자신과의 씨름을 멈추지 못했던 젊은 날이 있었다. 그냥 일어나서 깨달음의 문을 열기만 해도 빛은 통하기 마련인데, 마음의 감옥 안에서 허송 세월을 보냈던 지난날을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새날 새해가 밝아오는 댓살창 앞에서 ‘인생문제의 정답을 네 안에서 찾고 구하라’고 하시던 성현들의 말씀도 솔깃해진다. 세상을 살아가는 정답은 바로 내 마음 안에 있는 것이기에, 자기 인생의 자서전은 자신만이 쓸 수 있는 것이기에 정녕 그러하다. ’오늘 네가 어떻게 살고 있느냐?가 네가 걸어갈 미래의 답안지’ 라고 덧붙이셨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한해가 되거라!’ 는 깨달음을 얻고서야 댓살창을 닫아버렸다. 
  인간이 동물보다 귀하다는 것은 바로 생각과 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최고의 명예와 권력이 있어도 정신이 올곧지 않으면, 귀한 삶의 가치를 지향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시 새해가 밝았으니 올곧은 마음가짐으로 귀한 사람으로 살아가야 할 우리가 아닌가! 새해 첫날에 활짝 열린 댓살창으로 들어오는 저 밝은 새 빛처럼~  어두운 세상을 환하게 밝혀가야 할 우리가 아닌가! 정의와 정도가 사라진 이 나라 이 시대라 할지라도, 우리네 삶을 아름답고 가치있게 빛내야 할 한해가 다시 열렸다. 점점 왜곡 되어가는 인류의 정신적 가치, 점점 무너져 내리는 세계평화와 국가사회 질서, 점점 오염되는 지구환경을 바로잡고 치유할 길은 오직! 우리가 깨달음의 문을 열고 몸소 실천하는 일 뿐이리라. 일만평의 황무지 가운데서도 한 송이 깨달음의 꽃을 피울 수만 있다면, 그 꽃은 언젠가 백만 송이로 번식되어 세상 가득 향기를 전파할 것이다. 깨달음은 진정한 사랑의 회복으로 성장할 수 있는 마음의 꽃이기에 그러할 것이다.
  벽두새벽을 지나 줄곧 내달리는 시간의 화살촉이 어느새 작심삼일로 치닫는다. 우리의 생명은 이 순간도 멈추지 않고 타오르는 촛불과도 같기에, 우리네 인생길을 촛불처럼 환하게 밝혀가며 살아야 할 것이다. 점점 초라하게 녹아들어가며 사그라들더라도 남은 生의 촛불을 활활 태워서, 가족과 이웃과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며 살아가야 할 것이다. 결코 타다만 촛불로는 남지 않도록 마음의 문을 활짝 열어제치고, 새벽빛을 맞이할 지금이다. 설령 새해에 건강검진에서 불치병을 선고받는다 하여도, 새해에 우리 지역에 자연재해가 엄습한다 하여도, 새해에 정말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하여도, 작은 마당 한켠에 꿈나무를 심는 소명감으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의 마음은 열려 있습니까? 아니면 닫혀 있습니까?’ 라고~  그 꿈나무는 원대히 높거나 큰 것이 아닌 겸손하고 소박한 것이라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텅 비운 가슴으로 겸허한 붓을 높이 들어서, 홍유성죽의 휘호를 힘차게 그린다면 더욱 멋질 것이다. 다음 세대에 물려줄 최고의 영적 유산 ‘깨달음의 문’을 생각해 본 벽두 아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