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강하고 창의적이며 신중하고 인내심 있다는 2024년 용의해 ‘갑진년(甲辰년)’ 한해가 저물어 간다.
올 한해는 이상기온, 국회 분란, 비상계엄사태 등으로 한시도 바람 잘 날 없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워 모두가 고통 속에 살아야만 했다.
강하고 창의적이며 신중하고 인내심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용의 판단이 안타깝기만 하다.
실제로 올 한해도 우리의 농업은 기후위기의 실체를 뼈저리게 경험한 해였다. 사계절 내내 이상기후가 우리의 주요 작목들을 강타해, 봄철 이상고온으로 사과나무들이 평년보다 2주나 일찍 꽃을 피웠고, 그 직후 닥친 늦서리로 꽃들이 시들어버렸다. 여름에는 연일 35도를 웃도는 폭염이 이어진 데다 연작 장애로 인한 배추를 비롯해 수많은 농작물이 흉작이었다. 이에 더해, 가을에는 유례없는 무더위로 기온이 30도를 넘어섰고, 벼멸구가 창궐하여 전국 논의 3% 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겨울 초입인 11월에는 폭설로 인해 경기도 지역에서만 600여 농축산농가의 시설이 무거운 습설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이러한 농산물 가격은 연중 롤러코스터를 탈 수밖에 없었고 사과, 대파, 배추, 쌀 등 우리 식탁을 지키는 대표 농산물들의 가격이 요동치면서 농업인도, 소비자도 한 해 내내 혼란의 연속이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2024년의 농업 생산위기가 한 해의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에 더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실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면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농업 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도 난관에 부딪혔다.
농식품부는 양곡관리법(양곡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농어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4개 법률 개정안을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됐다.
야당이 주도한 이번 법 개정은 생산자의 생계 보장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양곡법 개정안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시장 가격이 평년 수준을 밑돌면 정부가 차액을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농안법 개정안도 고추·마늘·양파 등 주요 농산물에 대해 유사한 ‘최저가격 보상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재해보험법 개정안은 자연재해로 피해가 발생해도 보험료율을 높이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농업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개정안이다.
하지만, 국회 통과 후 농식품부는 해당 4법을 강경하게 반대해 왔다. 심지어는 송미령 장관이 “(4개 법안은) 우리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법”이라며 ‘농망 4법’이라는 표현했다.
하지만,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농식품부의 구상은 위기를 맞이했고, 농업인들은 기회를 맞이했다.
현행법은 정부로 이송된 법안에 이의가 있다면 15일 이내에 재의를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난 6일 이송된 4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은 20일까지다.
해당 4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지만 세태가 비상시국인 만큼 국무총리실 등 정부가 합리적 판단을 기대하는 이유다.
농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농업인들이 지속되는 기후 위기와 농업 생산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농업관련 4개 법안의 가결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