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합격한 김기현씨

장애 극복한 의지의 삶 이영광을 어머님께

1991-10-12     보은신문
공인회계사 합격! 남들에게는 그저 노력한만큼 얻은 보람정도의 기쁨일 수 있다. 하지만 김기현씨(26. 보은 삼산3구)에게 이번 합격은 누구보다도 감격스럽고 더할나위없이 뿌듯한 기쁨이다.

'합격의 영광을 어머님께 돌리겠다'는 그 흔한 말한마디로는 그간에 쏟아온 어머니의 고생과 정성을 대신 표현할 수 없다. "잘했다. 그동안 애쓴 보람이 있구나."라는 어머니의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목소리에 눈물이 쏟아졌다는 김기현 씨.

2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 5남매의 형제들 중 가장 애물단지였던 김기현씨를 어려서부터 주로 데리고 앉아 공부를 시킨 어미니덕택인지 그는 주위에서 이이는 사(2 2=4)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영리했다고 한다. 이후 김기현씨가 중·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대학4년을 장학생으로 다닌 것도 사방을 들어다주는 등 어머니의 정성어린 뒷바라지가 있었기 때문이고, 특히 보은고등학교에 입학할 당시 처음에는 학교측에서 당시의 시설이 학교생활에 곤란할 정도여서 입학을 거부했는데 어머니 설재숙씨(54)가 교장선생님을 붙들고 "학교앞에 이사와서라도 학교의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며 눈물로 호소하기를 몇번, 3층 교실을 화장실옆 1층으로 옮기는 등 학교측의 배려를 받아 수석졸업의 영광을 안게된 것은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김기현씨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해 의과대학에 진학, 공부하고 싶어 7개학교에 입학원서를 냈지만 장애자를 받아주는 학교로 결국 청주대 회계학과에 입학했다.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자식들 교육과 생활을 맡아 식당(시장야식)일을 하고 있는 어머님에게 학비부담을 주지 않아도 되는데다 매월 5만원의 장학금과 기숙사비 면제 등 조금이나마 가계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마음 뿌듯했었다고.

김기현씨는 대학재학중 2년을 휴학하며 짧은 한쪽다리를 치료하기 위해 7번에 걸친 대수술을 받는 동안 스스로의 고통보다는 이를 지켜보는 어머니의 아픔이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했으며, 지금도 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한다. 이제는 짧았던 한쪽 다리도 거의 같아져 집안에서는 혼자서 목발없이도 걸을 수 있고 이번 공인회계사 합격을 어머니에게 안겨드릴 수 있게 되어 무엇보다 기쁘다며 "이제부터는 어머니의 은혜를 갚는 일만 남았다."고 말하는 김기현씨는 "몇년을 합께 학교에 등·하교하며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뒷바라지를 해주신 어머님과 늘 관심과 도움을 주신 주위의 많은 분들을 위해서 봉사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한다.

연수원으로 향하는 김기현씨의 뒷모습에서 비록 어색한 걸음걸이지만 그 누구보다도 반듯하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이 느껴진다.


(금주에 만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