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박평선 가풍지원센터장’
적막감 감돌던 보은향교…담장 너머로 청소년들의 낭랑한 책 읽는 소리 들려
지난 9월. 보은지역 유림들이 보은향교와 회인향교 대성전에서 갑진년(甲辰年) 추계석전대제를 봉행했다. 향교는 고려와 조선시대 지방 공교육기관으로 오늘날 중등교육과정에 해당하며, 이곳에는 성현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어 초하루와 보름에 정기적으로 분향례를 하고 있다.
또, 해마다 보은향교와 회인향교 유림들이 봄과 가을에 석전대제를 지내고 있다.
해마다 올리는 춘추대제는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지만, 그 이외의 시간에는 거의 닫혀있던 공간이다.
그러던 보은향교에 사람들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향음주례 행사와 음악회 등으로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 머지않아 아이들 책 읽는 소리가 들리고, 어른들의 발걸음도 이어져 활력이 넘쳐나는 곳으로 변화될 것이다.
지난 10월 초, 회인면에서 펼쳐진 2024 보은회인 문화유산야행 ‘달빛 서당체험장’에서도 사서삼경을 읽는 소리가 들려왔고, 매주 화요일이면 신세대 유림들이 보은향교를 찾아 나무를 활용한 생활용품을 만드느라 구슬땀을 흘리는 모습이 이를 입증한다.
이처럼 수십년, 적막감만 감돌던 보은향교에 어린 학생들이 드나들고, 유림들이 드나들며 활력이 넘치는 것은 보은향교 박평선(58) 가풍지원센터장의 보이지 않는 노력의 결과다.
박 센터장이 유교와 인연을 맺고 심취한 것은 오래전 이야기다.
전북 임실이 고향인 박 센터장은 섬진강 수몰로 어려서부터 전북의 소재지인 전주시에서 자랐다.
전주 해성고를 졸업한 후 원광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박 센터장은 1992년 학사장교로 임관해 정훈장교 중위로 94년 12월에 전역했다. 이후 사법고시 응시를 위해 고시 공부에 뛰어들기도 했으나, 마음공부가 먼저라는 생각에 성균관대학교 유학대학원 석사 과정에 입학하게 된다. 이때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는 철학은 유교’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를 근거한 세계관 구축과 실천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박 센터장은 석사 졸업 후 뜻있는 동료와 함께 ‘대동회’를 만들어 이 세상을 대동사회로 만들고자 하였다. 그래서 “선거를 통해 올바르고 역량 있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의지로 ‘바른선거 시민모임’에 참여해 민주시민교육, 공명선거를 위한 유권자 교육 등 정말 열심히 뛰었다”며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협조 속에 전국 순회교육을 하며 유권자 교육을 하던 그 기억이 지금도 또렸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박 센터장은 2007년 박사과정 중에 성균관유도회총본부 총무국장을 거처 전국서원연합회 사무국장을 하면서 한국 최초로 ‘서원스테이’사업을 기획한 바가 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내부의 바람에 의해 방황을 하다가 2009년 1월, 모든 것을 접고 나주향교에 잠깐 머물다가 전국 곳곳의 향교, 서원, 종갓집 등을 탐방하던 박 센터장은 책으로만 알고 있던 향교와 서원의 현실을 깨닫고, 동시 비전과 희망도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 새 생명(후학)이 싹트는 살아 움직이는 향교와 서원을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학업에 대한 박 센터장의 마음은 변함이 없어 꾸준히 학업에 열중했고, 그 결과 2016년 8월, 성균관대학교에서 유교철학으로 박사학위도 취득했다.
이러한 노력과 실력을 인정받아 2019년부터 성균관 총무처 교무부장으로 활동하며 많은 인재를 육성했지만, 부득이 어머니의 병환으로 직장을 그만 둘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몸살을 겪을 때 잠시 안동 하회마을에 머물며 재충전의 기회로 삼고 있다가 2022년 12월에 보은으로 왔다. 보은에 오자마자 먼저 보은향교를 찾아 자신의 소신과 계획을 밝혔고, 구연견 전교는 이를 흔쾌히 수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부터 보은향교에 명륜대학을 개설, 운영하고 있고, 지난 2월에는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가풍지원센터 출범식을 갖고, 20명의 가풍지도자 양성에 성공했다.
가풍지원센터에서는 앞으로도 가풍아카데미 교육, 가례보감 제작, 성인식 및 가정 문제 상담 지원 등을 통해 본격적인 가풍문화 확산에 나설 계획이다. 박평선 센터장은 “가풍지원센터의 발전적 운영을 통해 오늘에 알맞은 가풍의 등불을 밝혀 우리의 소중한 가족공동체문화를 회복하고, 향교에서 청소년들의 글 읽는 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청소년선비단 활동을 지원 하는 것을 평생 남은 과제로 여기고, 이를 실현해 나가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 붓겠다”고 의지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