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정책 공직자부터 모범 보여야
보은군이 지난달 말 2024년 하반기 5급 사무관 승진내정자를 발표했다. 행정, 세무, 농업, 시설, 공업 직렬에서 각각 1명씩 5명이 승진내정자로 이름을 올렸다. 절대다수인 행정직이 보은군 주요 보직 곳곳에 포진한 상황에서도 직렬별 형평성을 생각한 균형 인사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승진내정자 5명 중 4명이 보은이 아닌 외지에서 출퇴근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보은군은 이번 승진내정자 발탁에 대해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을 배려하거나, 공업직 건축직 등 직렬별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 불만과 자조 섞인 반응도 나온다.
한 매체가 보도한 것에 의하면 “굳이 보은에서 거주할 이유가 없어진다” “승진을 앞둔 6급 팀장들에게는 날벼락 같은 인사” “군수가 도시형 농촌인구 지키기라는 초심을 잃어버린 것” “승진만 바라보고 일하는 관내 공무원은 대도시로 떠나게 될 것” “재난 발생시 군정에 공백” 등 볼멘소리가 나왔다.
일부 주민들도 우려를 자아낸다. “집토끼도 못 잡으면서 귀농귀촌인 산토끼를 잡으려 하고 있다” “관외 거주자들은 퇴직하면 지역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무원의 꽃이라는 사무관 승진자는 여생을 보낼 보은 거주인으로 시켜야 한다”는 반응들이 나왔다.
본사에도 이 같은 내용의 제보 전화가 걸려왔다. 보은군 사정상 외지 거주자에게는 승진에 제약을 두자는 의견이다. 보은군 공무원 정원은 지난해 말 기준 총원이 681명이다. 이 중 사무관 이상 상위직은 39명으로 5.7%를 차지한다. 많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승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럼에도 승진하기 힘든 직급이 사무관 자리다.
지자체마다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인구가 많으면 정부 지원과 각종 예산 인센티브 확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타 지자체와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출생률이 1.0에도 한참 미달인 상황에서 지자체 간 과열 경쟁으로 아랫돌 빼 윗돌 괴는 식으로 흐를까 우려도 가져본다.
보은군의 경우 전체 600여 공무원 중 절반 가까이가 타지에 거주하거나 편법으로 주소만 옮긴 이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규 직원의 경우 외지 거주율이 80%를 상회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그나마 보은군 소속 공무원들은 양호한 편이다. 교육공무원, 국도유지관리소 등 준공무원, 대기업인 한화 보은공장의 경우 보은 거주자나 생활하는 자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이들은 퇴근과 동시에 청주나 대전으로 빠져나간다. 특히 퇴근 무렵 창리~청주 도로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차량 행렬로 장관 아닌 장관이 펼쳐진다.
인구 증가 정책에서 일선 공직자들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거주지 이전은 지역 인구 증가와 경제에 큰 힘이 된다. 지역소멸 위기에 직면한 보은군을 위한 진정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스스로 연고를 내 직장 쪽으로 옮기는 게 옳다고 본다. 거주의 자유는 보장돼야겠지만 타 지역에 연고를 두고 지역 인구 늘리기에 한 목소리를 내는 건 혈세로 생활하는 공직자로서 이중적 태도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