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서가 지났다

2024-08-29     나기홍 기자

 기록에도 없는 찜통 무더위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로 2024년 갑진년(甲辰年) 처서(處暑)가 지났다.
처서는 1년 24절기 중 입추와 백로 사이에 들어 있는 열네 번째 절기로 처서가 되면 태양의 황경이 150°에 있어 낮이 짧아지는 속도가 빨라져 더위가 가시고 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된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서 풀이 더 자라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논두렁, 밭두렁의 풀을 깎고 벌초도 하며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있음을 예고한다.
처서가 지나면 우리 조상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햇볕에 말리는 포쇄도 이 무렵에 하며,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을 느끼게 되는 수확의 계절로 접어든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처럼 파리·모기의 성화도 사라져간다.
또. 백중의 호미씻이[洗鋤宴]도 끝나는 무렵이라 그야말로 ‘어정칠월 건들팔월’로 농촌은 한가한 한때를 맞이하게 된다. 
 한편, 처서에 비가 오면 ‘십리에 천석이 감한다’는 말이 있듯이 곡식이 흉작을 면하지 못한다는 속담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계절, 처서가 지났음에도 더위는 계속되고 있고 곳곳에 폭우가 쏟아져 우리를 불안케 하고 있다.
평소 같으면 처서가 지나면서 낮 최고기온이 통상적으로 24~26℃에 불과한데 현재 우리의 날씨는 32~35℃로 나타나고 있어 처서(處暑)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 같다.
아니, 이상기온이 우리의 기억을 짓눌러 그런 단어조차 상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닌가십다.
그 어느 때 보다 무더운 올여름은 이상기온으로 인한 폭우 등 천재지변이 몰아닥쳤다.
전국 곳곳에 폭우가 쏟아졌고 이로 인해 보은과 가장 인접한 영동군이 큰 수해를 입어 영동군을 비롯한 충남 논산시, 충남 서천군, 전북 완주군, 경북 영양군 입암면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처럼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농민들은 풍년 농사를 꿈꾸며 논밭을 일구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학도 이상기온과 천재지변으로 농사는 피농에 피농을 거듭해 수박, 참외, 오이, 호박 등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뭐 하나 싼 것이 없다. 이 경우 농민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을 찾아볼 수 없다. 
이상기온으로 인해 1,000개를 수확해야 하는 면적에서 불과 100개도 생산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아무리 비싸도 농민들 손에 돌아오는 것은 적자라는 결산서만 쥐어진다.
 벼농사를 짓는 쌀전업농들의 고통은 더하다. 이러한 고통을 증명하듯 한국쌀전업농중앙연합회가 쌀값 안정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쌀값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데다. 정부가의 수매량과 수매가를 동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가 산지 쌀값을 20만원 대로 약속해 놓고 지속되는 쌀값 하락을 수수방관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들은 “수확기가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농식품부는 즉시 쌀값 안정대책을 수립해 발표하라”고 주장했다. 쌀은 농업의 기본이기 때문에 쌀 값 안정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인 만큼 쌀값 안정을 위해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승인되어야 한다.
 어쨌든 올여름은 그 어느 때 보다 많은 폭우에,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졌고, 치솟는 물가, 지속되는 의료파업 등 주민들이 이런저런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더위에 지쳐있다.
그러나 무더위가 사라진다는 처서가 지났다.
이제, 주민 모두가 고통에서 벗어나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이하며 내일의 행복을 꿈꾸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