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방법
최근에 속리산 서포터즈로 활동하고 있는데, 주로 속리산에 가서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은 과거에 비해 산에 가는 사람들이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없다. 그런데 속리산에 가면 쓰레기들이 무더기로 나오곤 한다. 그것은 최근에 버린 쓰레기가 아니라 적어도 2,30년 전에 버린 것들이 많다. 쓰레기 종류를 보면 과자봉지부터 술병, 음료수 캔 등 다양하다. 특히 유리병이 가장 많다. 그것도 깨진 유리병이 장마철 빗물에 씻겨 묻혀있던 것들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쓰레기들은 주로 휴게소 주변에서 많이 발견된다. 사람들이 머물러 쉬면서 버린 것들이다. 소위 깔딱고개와 같이 힘든 구간에 많은데, 힘들게 올라가다가 잠깐 쉬면서 먹고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어디에 가면 쓰레기가 많은지 대충 알 수 있다.
이번 주제는 “마음에 병을 치유하는 방법”인데, 갑자기 쓰레기 줍는 이야기를 늘어놓는가 의아해 할 수도 있다. 사실은 사람의 몸과 마음도 속리산과 같다. 몸도 혈액순환이 잘되어야 하는데,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을 마구 먹어서 몸속에 찌꺼기가 쌓이면 그것이 병이 되고, 또 오랫동안 방치 해두면 병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적당한 음식 섭취와 운동으로 순환을 잘 시켜서 몸속 쓰레기를 잘 배출해야 건강하다.
사람의 마음도 마찬가지이다. 잡된 생각이나 욕심이 지나치게 쌓여가다 보면 어느새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되면 결국 쓰레기가 되어 마음이 병들게 된다. 그러한 쓰레기들은 종종 분노로 표출되기도 하고, 원망과 증오로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 마음을 억누르면 우울증이나 자폐증에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마음의 쓰레기를 비우는 노력을 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쓰레기를 찾아내서 하나씩 버려야 한다.
옛날 선비들은 마음속 쓰레기를 불승지환(不勝之患)이라고 하였다. 즉 감당할 수 없는 환란에 빠져서 본래의 착한 성품을 막아버리는 쓰레기와 같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어떤 불승지환은 부모로부터 유전적으로 물려받기도 한다. 그래서 예로부터 가문을 중요시하였다. 좋은 가문에서는 좋은 가풍을 물려받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태교 때 형성되는 불승지환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태교를 가문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리고 청소년기와 성인이 되었을 때 만들어진 불승지환은 스스로 직접 혹은 간접 경험을 통해서 만들어 진다. 이러한 불승지환은 인간관계나 일을 하면서 생기는 갈등에서 많이 생긴다. 특히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려운 고비에 직면해 있을 때 많이 생긴다. 마치 속리산에 깔딱고개와 같은 힘든 구간에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듯이 말이다.
<논어(論語)>라는 책에서 안연이라는 제자가 공자(孔子)에게 인(仁)을 실천하는 방법을 묻자, “극기복례(克己復禮)”를 하는 것이 인(仁)을 실천하는 방법이라고 하였다. 극기복례는 자신의 사사로운 욕심을 이겨내고 예를 회복한다는 뜻이고, 인(仁)이란 생명을 살리고, 소통하고, 사랑하는 것을 말한다.
힘이 들어도 극복하고 속리산을 올라가서 쓰레기가 주우면 그만큼 속리산은 생명력을 되찾게 될 것이다. 이렇게 속리산을 살리는 일이 곧 인(仁)을 실천하는 일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속 불승지환을 비우기 위해서는 극기복례라는 노력을 해야만 한다. 불승지환이 있는 사람이 극기복레를 하게 되면 마음의 병이 치유되어 잃었던 생명력을 되찾게 될 것이다.
그런데 불승지환을 극복하는데 있어서 어떤 것들은 쉽게 극복이 되는데, 또 어떤 것들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마치 속리산의 쓰레기들이 어떤 것은 쉽게 눈에 보이는 것들도 있지만 오래전에 버려져 깊이 묻혀있는 것들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도 가문으로부터 내려오는 것들부터 태교 때 형성된 것들은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마음의 병을 근본적으로 치유하고자 한다면 좋은 가풍을 만들어 후손에 물려주는 것이고, 부모가 태교 때 정성을 들여 좋은 것들을 경험하는 것이 자녀들의 불승지환을 줄여주는 방법이다. 그다음으로는 스스로 불승지환을 예방하거나 치유하는 일이다. 이는 속리산을 오를 때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과 버려진 쓰레기를 주워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면 속리산에는 쓰레기가 없는 아름다운 산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속에 불승지환을 만들지 않거나, 병이 생기면 극기복례를 통해서 불승지환을 비워내는 것이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방법이 된다. 속리산의 쓰레기 중에는 유리병이 특히 많다. 그래서 가끔 병을 주워오면서 자원봉사자들끼리 농담 삼아 하는 말이 있다. “속리산에서 병을 주워와서 버리니, 어느새 내 마음속 병도 치유되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