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순 시인, 동시집 「초록뱀이 있던 자리」 발간

“모두에게 고맙다고,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2024-08-08     나기홍 기자
김철순

 

 

관터에서 조용히 살아가고 있는 김철순 시인이 지난 7월 29일, 동시집 「초록뱀이 있던 자리」를 발간했다.
 2014년 문학동네에서 출간한 첫 시집「 사과의 길」을 출간한지 10년만이다.
 김철순 시인은 이번에 발간한 동시집에 20여년을 키워온 ‘은비’와의 인연을 소개하며 자신이 동시를 쓰게 된 소중한 동기를 은비의 덕으로 돌렸다.
“20년 전 어느 날, 작은 강아지가 우리 집에 왔어요. 눈 색깔이 짝짝이라서 입양이 안 된 강아지였대요.”라며 “은비는 나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줘 그렇게 무서워하던 고양이에게 밥을 주게 만들었고, 길을 가다 쪼그려 앉아 꽃은 물론 나무, 새, 나비, 고양이, 눈사람, 풀, 무지개, 구름... 이름을 다 부를 수 없는 세상의 모든 것들과 친구가 되었어요”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들이 내민 선물, 동시는 은비가 내게 준 선물이고, 하늘과 땅의 친구들이 준 선물”이라며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준 은비가 어느 날 내 곁을 떠났어요”라며 동시집에 한 절 한 절에 담겨있는 하늘, 땅, 밤, 낮, 들판과 산, 계절, 동식물을 사랑으로 노래했다.
 김 시인은 제목 ‘ㄱ자 놓고 낫을 모르겠다고요’를 통해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할머니는 그러는데, 그럼 낫은 뭐예요? ㄱ자는 알겠는데 낫은 모르겠어요”라고 노래하고 있다.
 제목 ‘쑥떡’을 통해 “쑥이, 쑤우우우우우욱 떡속으로 들어갔어. 파랗게 물든 말들이, 소곤소곤소곤소곤 소곤소곤소곤소곤. 쑥떡은, 둘이 소곤소곤 먹어야 더 맛있어”라고 동심으로 돌아간다.
 이번에 발간한 동시집 「초록뱀이 있던 자리」에는 ‘이른 봄’, ‘맹꽁이 아니야?’, ‘풀밭에서 호랑이가 어흥’, ‘첫눈 오는 날’, ‘은비야 부르면’ 등 동심을 부르는 47편의 주옥같은 동시가 담겨 출렁이고 있다.
 이상 시문학상 수상자로 유명한 함기석 시인은 해설을 통해 “김철순 시인은 몽상과 상상을 통해 기존세계를 비틀고 균열을 내면서, 엉뚱한 역발상과 전도된 상상력, 사랑의 상생과 화합, 슬픔의 승화로 감동을 주는 시인”이라고 호평했다.
 이번에 동시집 「초록뱀이 있던 자리」를 발간한 김철순 시인은 마로면 관기리(관터)가 고향으로 29년 전인 1995년 제1회 지용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이후, 한국일보 신춘문예, 경상일보신춘문예 등에 당선되는 등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그의 시 ‘등 굽은 나무’는 지난 2018년부터 초등학교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