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참사 1년 청주는 나아졌나

2024-07-18     이형모 

청주 지하차도 참사가 발생한지 1년이 됐다. 지난해 7월 15일 오송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던 차량들이 미호강 임시제방 붕괴로 침수되면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날의 기억은 청주 시민들에게 또렷하다. 물이 차오르면서 차량이 침수되는 순간을 TV로 지켜보던 시민들은 애타는 심정으로 한 명이라도 더 구조되기를 기원했다. 유가족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듯이 시민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이 비극에서 교훈을 얻어 지금 청주는 한층 안전한 도시가 됐나.
대형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해 법적 책임을 묻거나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당연한 수순이지만 지하차도 침수 참사의 진상 규명 작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들에 대한 첫 재판이 9일 열렸다. 법정에 선 경찰들은 사고 당시 최선을 다해 근무했고 공문서에 기재된 일부 내용이 허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도 못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들은 참사 직전 주민 긴급대피와 지하차도 긴급 통제를 요청하는 112 신고가 있었는데도 미흡하게 대처해 인명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다.
일선 파출소 순찰팀은 현장 상황 등을 파악하지 않고 엉뚱한 지하차도로 출동해 도로 통제를 제대로 못 했고, 도 경찰청 상황실은 참사 직전 접수된 재난 관련 신고를 비긴급 신고로 분류하지 않는 등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영환 지사와 이범석 시장도 이달 초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두 수장(首長)이 같은 사안으로 동시에 검찰 조사를 받은 일은 충북에서는 없던 일이다.
오송 참사는 안전불감증과 부실한 초동 대응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됐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최고 책임자들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청주시는 안전정책과를 재난안전실로 승격하고 부서장의 직급을 4급 부서장으로 승격해 사전 예방과 사후 대응업무를 분리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또 재난안전 업무를 재난안전실 내 안전정책과와 재난대응과로 분리한다. 하천방재과도 업무 특성을 고려해 재난안전실로 소속을 옮겨 재난 대응을 강화한다.
하지만 조직을 확대하고 간판만 바꿔단다고 기능에 걸맞는 역할을 할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메뉴얼에 따른 상황별 대응 모의 훈련과 업무 능력 향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오송 참사에 대한 국무조정실의 감찰 결과를 보면 사고 당일 청주시는 유관기관으로부터 범람 위기 통보를 받고도 대응에 나서지 않았다. 공직자들의 안일한 대처가 참사의 원인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기후위기는 일상화됐다. 짧은 시간 동안 특정 지역에 극단적으로 많은 비가 쏟아지는 ‘극한 호우’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한 개발이 지속되면 평균 하루 강수량이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새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이참에 집중호우 때 무심천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도 점검했으면 한다. 상류로 갈수록 풀밭인지 하천인지 구분이 안될 지경이고 폭도 좁아들어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