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산 보다 한국의 산이 더 좋습니다
“알프스산 보다 한국의 산이 더 좋습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교에서 두 사람이 비로산장을 찾아왔다. 크리스 선생과 루이스 선생이었다. 그들은 독립운동가 철기 이범석 장군의 휘호가 있는 방에서 하룻밤 묵고 갔다.
진달래꽃 수줍은 듯 피어나고 나무마다 새싹들과 아기 잎새들이 탄생하고 자라가는 산속 오두막집의 봄날 아침, 자기 먹을 것을 스스로 준비해 와야 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조금 난감해하는 어제 온 두 명의 외국인을 대접하기 위해 나는 아침밥을 정성껏 지었다. 그리고 나는 놀이터 개울물가 커다란 원탁 테이블에서 이들과 함께 조촐한 아침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십니까?”
“네, 처음입니다.”
“좋으십니까?”
“네, 너무 좋습니다. 한국의 산을 오래전부터 동경했는데, 이번에 와서 보니까 역시나 정말 좋습니다.
“알프스산도 세계적으로 유명하잖아요?”
“저희는 알프스산보다 한국의 산을 더 좋아합니다.”
“와우~ 대단히 놀라운 말씀인걸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지요?”
“알프스산은 양 떼가 풀 뜯는 목초지가 많아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등산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산은 나무와 숲이 우거져 나무와 숲 밑에서 등산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이 이국 손님들은 우리나라의 산에 대한 지식과 애정이 대단했다. 나는 이들에게 또 질문했다.
“이번 한국여행 일정을 물어봐도 되는지요?”
“저희는 해인사에서 하루 템플스테이 하고, 이곳 속리산 비로산장에서 하루 묵고, 이제 수원 화성으로 갈 것입니다.”
나는 한국에 와서 고려 팔만대장경판이 모셔진 합천 해인사를 찾아 템플스테이를 하고, 속리산 산골에 있는 우리 오두막집을 찾아와 하루를 묵고 지금 아침 햇살 아래에서 식사하고 있으며, 조금 후에는 개혁군주 정조대왕의 조선 부흥에 대한 꿈이 담긴 수원화성을 찾아 떠나가려는 이 외국인들이 참으로 훌륭하게 생각되었다. 그래서 좀 더 다양한 한국여행을 체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나는 아침 식사 후 이들을 데리고 복천암으로 갔다. 동료 박사들과 함께 어제 산장에 와서 묵고 있었던 할머니 박사도 동행했다. 나는 복천암에 이르러 부처님께 공손하게 예의를 갖췄다. 그리고 일행을 나한전 큰스님께 데리고 가서 인사를 드렸다. 나는 나의 일행이 큰스님이 손수 우려내어 따라주시는 차를 예의 바르게 받아 마시는 모습, 침묵 속에서 고요한 마음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리고 우리는 세종대왕을 도와서 한글 창제에 공헌한 신미 대사와 그의 제자인 학조대사의 부도탑을 존경심으로 천천히 한참동안 둘러보고 산장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스위스에서 날아온 크리스 선생과 루이스 선생은 대한민국 내셔널파크 속리산에 와서 두메산골 우리 집 비로산장에서 1박 2일 동안 머물고 갔다. 알프스 산 보다 한국의 산이 더 좋다는 판타스틱한 말을 나에게 들려주고 갔다. “크리스 선생, 루이스 선생, 고마워요. 한국의 산을, 한국의 역사와 정신문화를 그토록 사랑해주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