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호변 청소 자원봉사 할아버지 김병기씨

자연과 함께 하는 삶 아름다운 자연을 내손으로 보호…

1991-08-03     보은신문
대청호를 휘도는 바람과, 깊고 푸른 맑은 호수물은 삶의 고뇌마저도 일소하는 것인가? 대청호를 벗하며 살아가는 두 노부부에게선 인생의 초탈(超脫)함마저 엿보인다. 회남면 신곡리 대청호 주변을 돌며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를 주우며 이를 자신에게 부여된 말년 인생의 소임인양 남모르는 봉사활동을 벌여온 김병기씨(67).

지난 87년부터 시작해, 그곳을 찾는 낚시꾼의 오랜 벗이 되어 대청호를 날아드는 물새를 위로 삼아 하루에 적어도 리어카 1대 분량의 쓰레기를 수거, 소각하는 것은 그의 하루일가 중 가장 중요한 일이며, 이 일에서 그는 삶의 보람을 찾는다고 한다. 깊게 패인 이마의 주름과 희끗희끗한 흰머리는 지나온 세월의 굴곡을 대변하지만. 김병기 씨는 시종일관 잔잔한 미소를 잃지않는다.

비록 호숫가 천막에 삶의 터를 닦고 두 노부부가 외로움을 달래며 살아가지만, 하늘을 지붕 삼고, 나무를 울타리 삼고, 넓은 호수를 안방이려니 하며 이곳을 청소하고 보호하는 것을 내 집 치우듯 한다고 1년에 서너번 자연보호 캠페인으로 대청호 주변의 쓰레기 수거등 정화활동을 한다지만 해마다 늘어나는 낚시꾼들과 또 그들이 버리고 간 산더미같은 쓰레기를 감당해 내기에는 역부족이어서, 상대적으로 김병기씨는 쓸기 치우는 일은 더 많아지게 되었다.

처음에 친구의 권유로 이곳에 정착하여, 진달래 피는 봄부터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가을가지 호숫가 천막에서 낚시꾼들과 희노애락을 같이하고 겨울에는 양중리의 월세 만원 셋방에서 기거를 하고 있다는 김병기씨 버리는 사람 따로, 줍는 사람 따로 있다는 의식이 아직도 존재하고 있지만 그저 좋아서 하는 일 - 우리 고장을 찾는 이들에게 깨끗한 인상을 심어주는 일에 긍지를 갖고 구슬땀을 흘리는 김병기씨는 움막 속 그의 쉼터에서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매양 즐겁기만 하다.

"대청호에 작은 쉼터를 마련한 뒤, 비가 억수같이 오던 어느날 천막집을 철거당했을 때 우리 노부부는 살림살이를 끌어안고 서러워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앞으로 남은 여생을 이곳에서 자연과 함께 편안히 살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김병기씨는 부인 박순분(64)씨와의 사이에 2남3녀를 두고 있다.

(금주에 만난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