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위해 생명을 바친 전우들, 잊지 않겠습니다.”
정기하 보은군 무공수훈자회 회장
6월!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독립을 위해 싸우다 승화하신 독립열사와 투사는 물론 6.25 전쟁시 장렬히 전사한 호국영령들이 없었다면 과연 우리가 있었을 것인지를 되짚어 볼 소중한 달이다.
특히, 1950년 6월 25일 일요일 새벽 3시, 38선 전역에서 선전포고 없이 기습 남침한 동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은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우리 민족의 비극적 역사이고 그 비극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74년 전 발생한 6.25전쟁으로 남한에서는 13만7899명이 전사했고, 45만742명이 부상당했으며, 4만1769명이 실종됐다.
북한도 63만 6000명이 전사하고, 34만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무려 14만 9000명이 실종됐다.
이에, 보은군에서는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정기하(93) 보은군 무공수훈자회 회장을 찾아 그 인생 여정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1950년 6월 25일, 6.25전쟁이 발발했다.
당시 정기하 회장의 나이 19세에 불과했다. 전쟁이 발발하자 정 회장의 가족은 피난 보따리를 바리바리 쌌다.
정 회장은 그렇게 싼 피난 보따리를 짊어지고 가족과 함께 남으로 남으로 내려갔다. 그렇게 내려간 곳이 6.25전쟁 최후의 보루인 부산이었고 피난민 집단시설인 동래구의 ‘동래 휴양소’였다.
온 가족과 함께, 다른 난민과 함께 이곳에 머물던 정 회장은 하루빨리 전쟁이 종식되기를 기대하며 이듬해인 4월 19일 군에 자진 입대했다. 그의 나이 20세였다.
당시 전쟁은 대구, 포항까지 밀고 내려왔던 북한군은 우리 국군의 강한 저항에 부딪혀 더 이상 내려오지 못했고 9월 15일 맥아더 장군이 이끄는 미군이 인천 상륙작전에 성공하자 미처 퇴각하지 못한 북한군은 산으로 들어가 빨치산으로 활동했다.
밤이면 인민군 빨치산이 민가로 내려와 사람을 죽이고 식량과 가축을 약탈하기 일쑤였다.
1951년, 당시 보충대에 배속되어 울산 병기학교 행정과에서 동료 국군들과 함께 일병으로 복무하고 있던 정기하 회장은 호계리 일대에 출몰하는 인민군 토벌에 참여했다.
당시 공비 토벌에 나선 우리 국군도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에 분개한 국군 공비토벌대는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항복을 해도 사살하기 일쑤였다. 그 이외에도 갖가지 전투에 참가했으나 그때마다 정말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다.
그 어떤 일도 상상을 하기 힘든 악몽의 전쟁이었다.
6.25전쟁은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최전선에서는 간혹 총격전이 발생했지만 대부분의 후방 지역은 전쟁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할 뿐 사회는 조용해져 가고 있었다.
정 회장은 1953년 대구 육군본부 병기감실로 전입되어 근무 중 휴전과 함께 전역했다.
군 복무중 공비토벌, 꼼꼼한 군사행정의 역량을 발휘한 정 회장은 이 같은 능력을 인정받아 육군본부 병기감실에 근무 중 국가로부터 ‘육군화랑무궁훈장’을 수상했다.
6.25전쟁이 휴전협상으로 소강상태에 돌입했을 1952년 당시, 육군 상병, 23살이었던 정 회장에게 중매가 들어왔다.
옥천군 청산면에 살고 있는 박경자 소녀였다.
한번 만나나 보자고 보러 나갔는데 한눈에 쏙 들어왔고 곧바로 결혼에 골인했고, 아들 셋을 얻었다.
현재 보은군실버족지관 주택관리사로 근무하고 있는 정영호(69)씨가 큰아들, 서울에 살고 있는 정호(56)씨가 둘째, 대전에 살고있는 대호(54)씨가 막내다.
모두가 성실하게 부모가 흘린 땀과 노력에 어긋나지 않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전쟁이 끝나면서 정기하 회장은 곧바로 국세청(충남지방국세청)에 입사해 20여년을 근무했고, 1974년 퇴직 이후 서울에서 체육사 등 의류사업체를 운영하다 1986년 고향 보은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다.
정기하 회장은 “벌써 6월이 왔어!”라며 “우리가 이렇게 잘 사는 것은 동족상잔의 비극 6.25로부터 나라를 지켜낸 호국보훈 용사들의 희생과 눈물의 댓가인 만큼 한시라도 그분들의 소중한 희생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호국 보훈의 정신을 기렸다.
이어 “안타까운 것은 대부분의 젊은들이 전쟁의 참상을 잊고 우리나라가 잘사는 나라, 전쟁은 안 일어날 것이라는 생각”이라며 “아직 북한과 우리는 평화가 아니며, 휴전상태고 중국, 러시아, 일본이 언제 어떻게 변해 우리를 공격할지 모르는 만큼 나라와 국민이 하나 되어 언제든 튼튼한 국방, 탄탄한 경제를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요즘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이 안타깝기만 하다.”며 “하루빨리 의사들이 자리로 돌아가 국민의 건강을 지켜야 하는 기본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안위를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일”이라고 국민화합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