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조명역사와 함께 한 인생

신양호(보은 이평, 서울 신양조명 대표)

1991-06-29     보은신문
오늘날이 기성세대들은 대개가 힘들고 어려웠던 과거의 기억을 갖고 있다.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점점 희미해져가는 그 시절의 기억을 되살리며 신양호씨(35. 보은 이평, 신양조명 대표)는 12살 어린 나이에 나무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시절을 회상한다. '가난은 죄가 아니지만 나태와 게으름은 죄가 된다'는 신념으로 흐르는 땀방울을 닦아내며 작은 꿈을 성실히 키워온 그는 54년 16세의 나이에 상경, 청계천 동양전기에서 첫 직장을 얻었다.

무일푼의 그는 남의 집 더부살이 생활을 비롯, 온갖 고생 끝에 65년 자그마한 자신의 조명기계 간판을 걸던 날, 아내와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힘들고 괴로울 때 언제나 곁에서 이해와 격려로 내조하며 묵묵히 참고 이겨준 아내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낀다고 정직한 삶의 모습으로 손님은 물론 상가내에서도 성실한 보은인으로 통하는 그는 이제 청계천 조명상가는 물론 국내 조명업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신의 확고한 위치를 다져놓고 있다.

조명 또한 많은 변화와 흐름을 거쳐 어둠을 밝히던 단순한 역할에서 이제는 명암, 색상, 크기면의 다양화·고급화 추세로 시내 인테리어 역할까지 겸비해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국산제품을 도외시하고 외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나 국산제품이 결코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뒤떨어지지 않는 우수한 제품임을 강조한다. 청계천에서 37년여의 세월…우리나라 조명 역사와 함께 한신양호씨의 직원들 중엔 스스로 독립하여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10여명이 넘는다고 한다.

편안한 마음가짐과 꾸준한 등산으로 건강을 지키는 신양호씨는 종종 만나는 고향의 친구들을 보며, 재향·출향인 모두 사회의 밑받침으로 다음 세대들의 버팀목 구실을 겸해야 할 때임을 실감하며 고향의 작은 일에도 큰 관심을 나타낸다. 또한 다른 어떤 모임보다도 고향인들 과의 모임에 더욱 애착과 긍지를 가지고 참석한다는 신양호씨는 떠난 지 오래되어도 고향은 늘 그립고 따뜻한 곳이라며 그리운 마음을 표한다.

아침6시 도봉산의 맑은 공기를 호흡하며 힘찬 하루를 시작하는 그에게서는 늘 신중하고 부지런하며 소박한 인정과 고향 내음이 물씬 풍긴다. 자녀들에게 '근면'을 실천해 보이며 자신의 위치에서 과욕을 금하고 성실히 생활하는 것을 강조하는 그는 자신의 삶에 얽매여 마음의 문을 닫고 생활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따뜻한 웃음과 무언(無言)으로도 서로 통할 수 있는 고향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서 생활의 활기를 찾는다고.

젊은 후배들에게 꿈과 이상을 강조하는 신양호 씨는 현재 서울시 도봉구 도봉1동에서 부인 강순자씨(51. 보은 죽전)와이 사이에 2남 1녀를 두고 다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보은은 내고향)